슈퍼리치 대상 과세 부각…“명예과세, 사랑과세” 주장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소속 의원들의 본회의 불참에 대해 사죄발언을 하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민주당은 이번 증세가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등 소위 ‘슈퍼리치’를 상대로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세저항의 파고를 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초고소득 증세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상황임을 십분 활용해 야권의 반발 기류를 뚫고 조기에 증세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은 이날 증세 방안에서 법인세율과 소득세율 인상의 방점이 서민이 아닌 대기업과 초고소득자들에게 찍혀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는 조세 정의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표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고소득층, 고액재산가, 부동산 등 재산이 많은 사람이 더 부담해 줘야 한다. 중산층, 소상공인, 저소득봉급자 등에게는 세제상의 혜택을 더 줘야 옳다”며 서민이 증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의 행보는 ‘가공할 세금 폭탄’(자유한국당), ‘눈 가리고 아웅식 증세’(바른정당), ‘부실 증세’(정의당) 등으로 비판하는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고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일단 이번 증세 논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은 민주당에 힘이 되는 요인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상대로 한 증세 방안에 응답자의 85.6%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민주당은 해외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서도 증세의 정당성을 알려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중 법인세율이 미국, 프랑스, 벨기에보다 10% 포인트 이상 낮고,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호주, 멕시코, 네덜란드, 이탈리아와 비교해도 낮다”(추미애 대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미국의 소위 슈퍼리치라고 하는 30여 개 초대법인이 자신들의 세금을 올려달라는 청원을 했다”(김진표 의원) 등으로 여론몰이에 나섰다.
민주당의 여론전은 증세가 확정되면 세금을 더 내야 해 반발이 예상되는 대기업과 초고소득자를 상대로도 펼쳐졌다.
민주당은 “대기업은 사랑과세, 초고소득자는 존경과세”(김태년 정책위의장), “명예·사회적 책임 지키는 명예과세”(추미애 대표) 등의 이름 붙이기를 통해 대기업과 초고소득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정신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또 여론이 우호적인 만큼 속도를 내서 증세 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민주당과 정부는 27일 세제개편을 위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추 대표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 군불’을 땐 지 일주일만이다.
당정은 회의에서 초대기업과 초고득자에 대한 증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기자들에게 “오늘 열린 당정협의에선 세제개편안을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다”며 “목요일 당정에서 법인세·소득세를 포함한 20여 개 항목의 논의가 진행되고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도 정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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