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왜 회담제의에 침묵할까…무시? 고민? 압박?

北 왜 회담제의에 침묵할까…무시? 고민? 압박?

입력 2017-07-21 10:15
수정 2017-07-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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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회담 역제안 가능성…대화 미룬채 핵강화 ‘마이웨이’할 수도

우리 정부의 ‘군사당국회담 21일 개최’ 제의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음으로써 우리 정부가 제시한 이날 회담이 불발됨에 따라 북한의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북한의 무응답은 남측의 회담제의를 받아야 할지 거부해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사정을 반영한다는 관측이 있다. 북한이 공식기구나 매체 등을 통해 회담제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한미정상회담 결과나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베를린 구상’ 자체가 자신들의 입장에서 긍정·부정의 요소를 모두 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교안보분야 전직 고위관료는 21일 “헷갈리는 메시지 속에서 북한은 우리 정부를 믿고 회담에 나서도 될지에 대한 의심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계산이 복잡하고 결심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회담에 적극성을 보이는 남측의 태도를 활용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할 수도 있다.

남측에서 군사당국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에서 적대행위 중단을 논의하자고 한 만큼 당장 회담 개최에 답을 주지 않은 채‘무언’으로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면서 향후 우리 정부의 추가 행동이나 조치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11일 “북측은 남조선 당국의 관계개선 의지를 말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는 각오와 행동을 근거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오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을 맞아 MDL에서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 방송 중단 등을 선(先)조치하면 북한도 이에 호응하면서 관계가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는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일본 정부의 반응이 떨떠름한 상황에서 회담이 열리고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과연 이행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의제를 다룰 수 있는 방식으로 회담의 판을 키우는 역제안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군사당국회담은 MDL에서 적대행위 중단을, 적십자회담은 이산가족 상봉을 다루는 제한적이고 실무적 성격의 회담인 만큼 현재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고위급의 회담을 제안함으로써 남측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려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군사당국회담이 아니라 정치군사회담으로 제의할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그러면서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통 큰 결단을 내렸다고 선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이 확고한 핵과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기 위해 나아가는 현 상황에서 남측의 회담 제안을 뭉개면서 자신들의 일정표에 따라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어차피 현 상황에서 이뤄지는 회담을 통해 얻을 것이 크지 않은 만큼 당분간 회담이나 협상 제의를 무시하면서 핵미사일 능력을 갖춘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한 독자 행보를 통해 몸값 높이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CNN 방송은 19일(현지시간)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앞으로 2주 이내에 ICBM 또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시험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해 북한의 향후 움직임은 더욱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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