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경제수석실이 기재부에 지시 전달…관세청, 넉달 만에 4곳 추가 방침
관세청, 추가허가 여건 안되는 것 알면서도 ‘꼼수’ 추진감사원, 롯데·SK의 면세점 청탁 의혹에 “감사에 드러난 부분은 없다”
관세청이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설치 허가를 내준 배경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11일 발표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살펴보면 애초 관세청은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을 추가 선정한 후 추가 특허 여부는 향후 2년 마다 검토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12월 말 경제수석실에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를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발급하고 면세점 제도개선을 위한 관련 법령 개정을 19대 국회 내에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서울시내 면세점 수를 늘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자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관세청이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당시 최상목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은 관세청에 특허신청 공고요건 등을 검토하도록 하지도 않은 채 기획재정부에 2016년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추가발급을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신규특허 발급 계획 및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 2016년 1월 6일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보고했고, 최상목 경제금융비서관은 12일 뒤 기재부 1차관으로 부임했다.
최 차관은 1월 31일 서울 시내 면세점을 5∼6개 추가하는 내용의 ‘보세판매장 제도개선 추진’ 문서를 경제수석실에 보고했다.
이후 관세청은 4월 29일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을 2016년 안에 추가로 허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지난해 12월 17일 현대백화점면세점, 신세계DF, 호텔롯데, 탑시티면세점 등 4곳이 서울 시내 추가 면세점으로 선정됐다.
면세점 고시 제7조 1항에는 전년도 시내면세점 이용자 수 및 매출액 중 외국인의 비율이 50% 이상이고, 광역자치단체별 외국인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하는 경우 시내면세점을 신규 허가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2015년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로 서울의 외국인관광객은 전년 대비 100만4천710명 감소했고, 전체 시내면세점의 1인당 구매금액은 2013년 말 459.5달러에서 2015년 말 402.1달러로 감소하는 등 경영여건이 악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기재부는 특허신청 공고요건 등을 검토하지 않은 채 청와대에 2016년에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를 추가 발급하겠다고 보고했다.
관세청은 기재부로부터 신규 면세점 허가 방침을 통보받은 뒤 공고요건 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2015년 서울의 외국인관광객 수가 전년보다 줄어든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자 2015년 외국인관광객수 산정 기준인 2015년 관광동향연차보고서가 2016년 8월에 발표되는 점을 들어 2014년 대비 2015년 외국인관광객 증가분이 아닌 2013년 대비 2014년 외국인관광객 증가분을 근거로 2016년에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외국인관광객 수가 줄어 신규특허를 내 줄 수 없는 상황임을 알고도 대통령과 기재부의 지시라는 이유로 전전년도 통계를 끌어다 쓰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또 관세청 용역 결과 2016년 추가 가능한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은 1곳에 불과했으나 기재부가 신규 면세점 5∼6개곳을 설치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가 이후 신규 면세점 4곳을 설치하겠다고 보고하자, 관세청은 기초자료를 왜곡해 설치 가능한 신규 면세점 수를 4곳으로 맞췄다.
이 과정에서 관세청은 매장당 적정 외국인 구매 고객 수를 70만 명 또는 84만 명 대신 50만 명으로 낮추고 매장면적을 줄이는 등 수치를 왜곡했다.
그간 2016년 서울 시내 면세점이 추가 선정된 배경을 두고 박 전 대통령이 SK 최태원 회장과 롯데 신동빈 회장을 단독면담한 자리에서 면세점 사업에 대한 청탁이 제기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감사원 관계자는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박 전 대통령이 2016년도에 접어들면서 면세점 수를 늘리라고 지시한 것은 확인됐다”면서도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의심할 수는 있겠지만, 감사에서 드러난 부분은 없었다.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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