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한미일 6자 수석 회동…유엔, 대북제재 논의 본격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에 대해 3국 정상 공동성명까지 내며 제재·압박의 고삐를 당긴 한·미·일과, ‘어깃장’을 놓고 있는 중·러의 신경전이 이번 주 고비를 맞이할 전망이다.한미일은 오는 11~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제27차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를 계기로 3국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개최한다.
10일 싱가포르로 출국하는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지난 6일 독일에서 한미일 정상이 협의한 내용을 이어 받아 북한의 비핵화 대화 복귀를 끌어내기 위한 대북 압박의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다.
올해 NEACD는 북한 당국자의 참석에 따른 ‘미니 6자회담’이 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북한이 지난 4일 화성-14형을 발사하고 NEACD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결국 한미일 대북 압박 공조 논의의 장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일 6자 수석대표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또는 제한과 더불어, 북한의 노동자 해외 송출 금지를 필두로 하는 외화 수입원 차단책들을 안보리 차원의 신규 제재에 포함하는 방안과 함께 중국의 대북 압박 강화를 유도하기 위한 3국 차원의 독자 제재 방안도 논의할 전망이다.
이번 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도 고강도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하려 하는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의 치열한 물밑 협상이 전개될 전망이다. 이미 미국은 추가 제재 결의에 들어갈 요소들을 담은 초안 형태의 문서를 중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져 이번 주가 결의 채택 장기화 여부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러시아가 북한 미사일에 대해 ‘ICBM이 아닌 중거리미사일’이라고 주장하면서 지난 5일(현지시간) 긴급회의에서 규탄 성명조차 채택하지 못했지만 한미일은 6일 정상협의 공동성명에서 북한 미사일을 ‘대륙간사거리미사일’로 적시함으로써 미사일 성격 규정을 둘러싼 논쟁의 여지를 줄였다.
결국 미국이 염두에 두고 있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 ‘최대한도의 압박’ 내용을 둘러싸고 미중간의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이번 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트
럼프 행정부의 강경 기류에 비춰, 고강도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국의 저항이 거셀 경우 미국은 독자 제재 차원에서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들을 일괄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 카드를 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국제사회 여론도 있는 만큼 중국이 일정 수준으로 제재가 강화되어야 한다는데는 동의할 것”이라면서도 “대북 원유공급 차단, 국제금융 시스템에서의 북한 축출, 무역량 축소 등의 고강도 제재에는 반대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예상의 근거로 “가을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은 미국 압박에 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점, 이달 초 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를 든든한 전략적 우군으로 만든 점, 북한 김정은 체제를 흔들 고강도 압박에는 동의하지 않는 기본 입장” 등을 거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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