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수석 2명 하차에 후보들 잇단 의혹…靑 검증시스템 도마 위에‘인수위 없는 정부’ 한계…고강도 검증에 11개 장관직 발표 못해 내정자 국회 청문 합격 미지수…외교라인 미비 정상회담 준비 차질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반 ‘인사 암초’에 부닥치면서 더딘 발걸음을 힘겹게 내디디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전 정부와의 동거 상태가 지속하면서 새 정부의 면모가 부각되지 않고 있는 데다 자칫 인사검증 문제가 문 대통령이 막 시동을 건 개혁 추동력을 이륙 단계에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는 초유의 인수위 없는 정부라는 점을 고려하면 예견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청와대 인사 검증시스템의 문제와 함께 야당의 ‘기선제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호남 출신의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비서실장 카드를 내밀며 ‘탕평과 쇄신’ 인사라는 호평을 받았다.
청와대에서는 외교관 출신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재벌 개혁론자인 장하성 정책실장을 비롯해 윤영찬 국민소통, 전병헌 정무, 조국 민정, 하승창 사회혁신, 조현옥 인사, 김수현 사회수석을 기용하면서 안정과 개혁에 방점을 뒀다.
특히 민정수석실 주요 보직에 교수·판사·검사·정치인·관료 출신을 고루 배분하는 파격을 보이면서 권력의 검찰통제 차단 의지를 확실히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제시했던 인사 5대 원칙(병역면탈·부동산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 인사 공직 배제)의 높은 기준이 발목을 잡았다.
우여곡절 끝에 인준되긴 했지만 이 총리가 위장전입 조항에 걸려들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이 기준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청와대는 강 후보자 자녀 위장전입과 이중국적 사실을 미리 공개하며 양해를 구하는 등 역대 어느 정권보다 ‘도덕성 검증’을 유념하고 있음을 부각했지만, 증여세 늑장납부, 부동산투기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검증시스템에 한계를 드러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상조 후보자도 의혹들에 휩싸인 상태다.
물론 당사자들은 해명을 거듭하며 돌파를 모색하고 있지만 대선 패배 이후 벼르고 있던 야권의 공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 안현호 청와대 일자리수석 내정이 철회된 데 이어 김기정 안보실 2차장이 시중 구설 등을 사유로 임명 12일 만에 하차하면서 청와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제수석과 과학기술보좌관까지 모두 4명의 청와대 차관급 자리가 공석이다.
임 비서실장의 사과와 대통령의 양해 입장 표명이란 처방이 내려지긴 했지만, 위장전입 논란이 검증 기준 강화와 이로 인한 인선지연으로 이어진 셈이다.
문 대통령이 17개 부처(현행 직제기준) 중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강경화 후보자를 내정한 지 9일이 지나 김부겸(행정자치부)·도종환(문화체육관광부)·김현미(국토교통부)·김영춘(해양수산부) 등 상대적으로 청문이 수월한 ‘의원입각’만을 단행한 것도 인사검증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김이수·김동연·강경화·김상조 후보자가 모두 인사청문 난관을 뚫을지도 현재로써는 미지수다. 비록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는 있지만,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국정운영에 반영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문제는 장관 인선이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남은 11개 부처 장관 인선을 진행 중이지만 조기 발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발톱을 세운 야당은 물론 인사 과정을 매의 눈으로 주시하는 국민의 시선을 고려할 때 고강도 검증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 결과가 불투명하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보좌해 사실상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안보실 2차장이 공석인 상태여서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첫 한미정상회담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미·대중 전문가인 임성남 외교부 1차관 유임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