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공백 메우고 외교정상화 시동…외교안보라인 인선 지연 우려도
문재인 정부는 탄핵 정국 이후 벌어진 5개월간의 정상외교 공백을 메우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위안부 문제 등 핵심 현안을 풀어가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데 출범 후 지난 한 달 동안 주력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시작으로 한 각국 정상과의 전화통화, 특사 파견 등을 통한 미·중·일·러 등 주변 4국과의 정상외교 복원에 우선 시동을 걸었다. 이를 통해 정상외교 공백이 야기한 코리아 패싱(한반도 관련 현안 논의에서 한국이 제외되는 것)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새 정부는 사드, 위안부 문제 등 쟁점 현안을 피해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첫 통화 때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2015년 12월 28일 도출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그대로 전달했다.
사드에 대해서도 홍석현 대미 특사를 미국에 보내 배치 과정에서의 절차상 논란을 언급하고 국회에서 논의될 필요성을 설명했다.
외교 측면에서 숨 가쁘게 진행된 한 달이었지만, 남은 과제는 더욱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이달 하순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문제가 양국 관계를 흔들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히 조율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일단 미국이 ‘이해하고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드 발사대 4기 반입보고 누락 파문 및 ‘적정한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둘러싸고 양국 관계가 파열음을 낼 가능성은 여전히 적지 않다.
사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라는 등 기존 합의에 배치되는 발언까지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한 조율되지 않은 발언을 할 가능성, 북핵 문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사드 완전 배치가 지연될 경우 미국 조야에서 한국에 대한 불신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등도 존재한다.
중국은 중국대로 한국의 정권 교체를 계기로 사드를 철수시키기 위한 외교·경제적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보여 사드 문제의 처리는 문재인 정부 ‘G2’(미·중) 외교의 시험대가 된 양상이다.
임한택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는 “사드 문제의 본질은 결국 미·중 경쟁 시대에 한국의 입지를 어디에 두느냐”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미·중이 상호보완하던 시대에 미·중 중간에서 한국의 외교적 공간이 있었지만 미·중이 전략적으로 경쟁하는 새로운 양강 체제하에서 한국의 중간자적 입지가 지난 10년간 매우 협소해졌다”며 “본질적인 구조 변화에 대한 냉정한 인식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에서 대화와 제재·압박을 병행하는 양국 공동의 대북 접근방안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국 외교의 당면 숙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안보 라인의 정비가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 우려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정의용)과 외교장관 후보자(강경화) 인선에서 북핵 전문가의 부재가 일각에서 지적된 상황에서 외교·통일 분야를 담당하는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발탁됐던 김기정 연세대 교수도 돌연 낙마했다.
또 북핵 고도화가 시시각각 진전되고 있는 안보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통일·국방장관 후보자는 아직 발표조차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외교·안보 진용에 대한 완전한 인선을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지난 한 달간의 외교분야 성과와 관련, “특사 파견 등으로 막혔던 정상외교의 물꼬를 튼 면에서는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에 대해서도 껄끄러운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전향적으로 가는 쪽으로 방향을 잘 잡았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어 “미·중이 얽힌 사드 문제는 정부가 복안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