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대비해 협상력 끌어올리려는 목적” 관측
북한이 지난 14일 시험발사한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의 타격 목표가 미국의 하와이와 알래스카임을 공식 확인하며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였다.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전날 이뤄진 ‘북극성 2형’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소식을 전하며 최근 ‘화성-12’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사실을 부각했다.
통신은 “우리의 군수노동계급은 얼마 전 미 태평양사령부가 둥지를 틀고 있는 하와이와 미국 알래스카를 사정권 안에 두고 있는 신형 중장거리 전략 탄도로켓(화성-12) 시험발사에서 성공한 그 기세, 그 기백으로 줄기찬 연속 공격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북한이 ‘화성-12’ 미사일의 타격 목표가 미국 하와이와 알래스카라고 명확하게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15일 김정은이 전날 진행된 ‘화성-12’ 시험발사를 참관하며 “(미국은)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들어있다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오판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는 ‘미 본토’(알래스카)와 ‘태평양 작전지대’(하와이) 등의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1주일 만에 ‘화성-12’의 타깃을 명시적으로 지목하며 대미 위협 수위를 높인 것이다.
북한이 하와이, 알래스카 등을 직접 언급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정한 ‘레드 라인’을 언제든지 넘을 수 있고,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이 이처럼 대미 위협 수위를 계속 높이는 것은 북미 협상이 시작될 경우를 대비해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홍석현 대미특사와 만난 자리에서 북한 체제를 보장하겠다며 “우리를 한번 믿어달라”고 말하는 등 미국은 연일 북한을 향해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와이·알래스카 사정권’을 언급하는 등 핵·미사일 역량을 최대한 부각함으로써 북미 협상에서 더 많은 ‘보상’을 얻어내려는 게 북한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능력을 갖춰 미국과 대등한 상태에서 협상에 나가겠다는 생각”이라며 “주도권을 갖고 협상장에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북극성 2형’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에는 김락겸 전략군 사령관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이 지난 2월 12일 막 개발을 마친 ‘북극성 2형’ 시험발사를 참관했을 때에는 군수공업부문 간부들만 동행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번에는 노동당 군수공업부 간부들과 함께 김락겸도 데리고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에 나가 ‘북극성 2형’의 실전배치를 지시했다.
김락겸의 등장이 신형 미사일의 실전배치와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지난 14일 김락겸과 김정은이 함께 발사를 참관한 ‘화성-12’ 미사일도 전력화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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