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합의에 ‘속도조절’ 필요성도 대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검찰·국가정보원·방송 등 ‘3대 개혁’을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을 모은다.‘당청일체’를 주장한 민주당으로서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개혁과제를 핵심 어젠다로 부각시키며 관련 입법을 주도해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청와대와 국회가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며 이제 막 협치에 시동을 건 상황인데다 보수 진영의 반발 가능성도 감안해 정부와 여당이 개혁 추진에 있어 ‘속도조절’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애초 대선 과정에서 나온 5당의 ‘공통공약’을 중심으로 하는 낮은 단계의 협치에서 시작해 6월 임시국회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전략이었다.
지난 19일 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가 구성하기로 한 국정협의체에서도 쟁점 사안보다는 이미 여야간 공감대가 형성된 공통공약에서부터 협치의 실마리를 풀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언급을 통해 ‘3대 개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향후 논의과정에 따라 일정 부분 대치도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등 3개 야당은 앞서 각자 대선후보들이 공약했던 사항이어서 긴밀히 공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개혁 사안별로 반대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문 대통령 공약 중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공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는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정원 개혁을 놓고는 지난 3월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제기한 국정원의 헌재사찰 의혹에 대해 ‘정치공세’라고 일축한 바 있고, 방송개혁에 대해서는 특정 정치세력이나 노조에 의해 방송이 장악돼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향후 민주당이 개혁입법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3대 개혁 가운데 어디에서부터 매듭을 풀어나갈지, 또 반발하는 야당을 어떤 논리로 설득해나갈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찰 중립화와 수사권 조정 등은 예전의 문법으로 보면 정부와 여당이 손해보는 입장이다. 독점적 권한을 내려놓는 것을 감수하면서 제도를 개혁하겠다는 것인 만큼 이런 측면에서 야당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협의체 구성과 공통공약 추진 등으로 여야간 협치의 첫발을 뗀 만큼, 개혁과제 추진에 있어서는 완급을 조절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 대선 선대위 기구였던 국민의나라위원회와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최근 ‘신정부의 국정 환경과 국정운영 방향’ 보고서에서 “개혁의 속도를 전략적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적폐청산은 새 정부 출범의 근거”라면서도 “많은 과제를 한꺼번에 처리하려면 개혁 대상 세력의 저항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당 의석이 120석에 불과한 상황인 만큼, 각종 입법 추진을 위한 야당과의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해나가려면 개혁의 강도와 우선순위를 조절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향후 국회에서 3대 개혁과 관련해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정협의체 가동과 공통공약 추진을 위한 협의를 이어어가는 가운데 개혁 과제의 ‘공통분모’를 추리는 과정이 우선될 전망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개혁입법에 대해 원론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고, 무엇을 우선적으로 개선할지는 청와대와도 아직 얘기가 되지 않았다. 방향은 있지만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대 개혁도 공통된 부문은 협의체에서 논의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별도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면서 “여야간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개혁 내용과 수위는 조율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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