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부담 거론하는 美와 철수 기대하는 中 동시 만족 어려워북핵 포괄적·단계적 해법 천명…한미 공조 향배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한중간 최대의 갈등 현안인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관련한 ‘소통’을 거론함에 따라 속전속결식으로 추진되어온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주한미군 사드 포대는 이미 성주 골프장 부지에 배치돼 초기 운용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다. 북한이 우리나라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상태를 갖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한중간 ‘소통’을 언급한 의미가 사드의 불가피성에 대한 중국의 이해를 구하겠다는 것인지, 상황에 따라 이미 배치한 사드를 철수시키거나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X-밴드 레이더(사드 레이더)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단 하나 분명한 것은 사드에 강력 반발하며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해온 중국 정부가 새로 출범한 문 대통령에게 ‘기대’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 한국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전화를 한 것이나 문 대통령의 방중을 요청한 것, 박근혜 정부(과도 정부 포함) 때 북한에도 보낸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던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한국을 초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이 그 증거다.
이미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독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 등 계기에 한국에 사드 배치를 서두르지 말라며 차기 정부의 판단으로 돌릴 것을 요구해왔다. 이는 사드에 대해 ‘신중론’을 펴온 집권 더불어민주당 등 박근혜 정부 당시 야당의 집권 가능성에 기대를 건 포석으로 여겨졌다.
결국 문 대통령은 한화 1조원이 넘는 사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드 철수 또는 가동 유예를 기대하는 시 주석 사이에서 어려운 외교를 펼쳐야 할 전망이다.
북핵 해결 프로세스가 급진전돼 사드의 필요성이 갑자기 사라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치면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G2(미중) 사이에서 문재인 외교의 중심점을 어떻게 찍느냐는 문제와도 연결된 문제여서 향후 귀추가 주목될 전망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우리가 미국과 중국 눈치를 보아가며 사드에 대해 입장을 조정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라며 “(미국이 비용을 부담키로) 한미간에 합의한 바를 그대로 준수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미국에게도 존중하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사드와 관련해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레이더가 중국을 향하거나 사드 추가 배치와 함께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의 일부로 편입되는 등의) 사드의 연동성과 확장성”이라며 “문 대통령은 향후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사드가 북한에 대한 대비용이라고 선언한 것을 그대로 지키겠다고 말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북핵 해법과 관련해 ‘포괄적·단계적’ 해결, 압박·제재와 협상의 병행이라는 ‘원칙’을 천명한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포괄적 해법은 결국 북핵 문제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병행해서 풀어 나가야 한다는 뜻이고, 단계적 해결이란 핵무기를 이미 보유한 북한이 핵무기 포기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거에 핵폐기로 가기는 어려우니 핵시설 동결 및 핵실험 유예-핵물질 및 핵시설 폐기-최종 보유 핵무기 폐기 등의 절차를 거치자는 것이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의 진전 상황에 맞춰 남북관계도 동시에 풀어 나가겠다는 문 대통령 대북 로드맵과도 연결되는 해법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인 지난달 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이 핵을 동결한 뒤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북핵 해법은 중국의 기존 주장과 맥이 닿아있지만 북핵 문제의 또 다른 ‘대주주’인 미국의 제재·압박 중시 기조와 ‘핵포기 결단시 대화 개시’, ‘핵동결에 보상 불가’ 등 입장과는 부딪힐 소지가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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