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흠 잡으려는 이들에 공격 구실 줄까 답답”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007년 11월 16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송 전 장관의 심경이 상세히 담겼다.24일 오전 공개한 편지에서 송 전 장관은 참여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공감과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이 아닌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 이유를 열거했다.
송 전 장관은 먼저 편지에서 “참여정부는 보다 많은 접촉과 교류를 통해 북한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설득하는 데 애써왔습니다”라면서 “저는 대통령님께서 취임 이후 지금까지 이러한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꿋꿋이 지켜오셨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우리에게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면서 “그간 우리는 골치 아픈 동생(북한 지칭)을 둔 형님 같은 입장에서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대해 남북관계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시키고, 우리의 입장으로 끌어오면서, 복잡한 문제들을 고통스럽게 풀어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금번 우리의 기권으로 국제사회에서 노력을 함께 한 기초가 크게 흔들리게 되었습니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대목은 당시 정부 방침이 기권으로 기운 상태에서 송 전 장관이 이를 뒤집기 위해 편지를 썼음을 시사한다.
송 전 장관은 또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 다른 이유로 당시 보수 야당과 언론의 예상되는 공세를 들었다.
그는 “이번 인권결의안 문제는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과 추진 동력에 영향을 주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참여정부의 흠을 잡는 데 혈안이 돼있는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에게 좋은 공격 구실을 주는 것도 저로서는 가슴 답답한 일입니다”라고 썼다.
그는 아울러 “지난해의 경우에도 북한은 우리의 결의안 채택 찬성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송 전 장관은 끝으로 “저는 아직도 대통령님의 안보보좌관이라는 심경으로 일해 왔습니다. 그래서 제 심경을 이렇게 적어 올립니다”라고 강조했다. 편지의 마지막에는 ‘07.11.16 송민순 올림’이라고 썼다.
송 전 장관이 10년 전 편지를 뒤늦게 공개한 것은 자신의 반대로 11월 16일 이후에도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한 정부 논의가 이어졌음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의 편지와 정부의 후속 논의간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송 전 장관이 편지를 보냈다는 11월 16일은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 주재 관저회의가 있었던 날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은 이날 이미 기권 결정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며, 송 전 장관은 이후에도 정부내 논의가 이어져 20일 무렵에야 최종 결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