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경제살리기’로 이명박, 2012년 ‘경제민주화’로 박근혜 당선
5·9 대통령선거의 판도를 규정하는 틀이 보름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 어떻게 짜일지 주목된다.‘대선은 프레임 전쟁’이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어떤 틀로 선거판을 짜느냐에 따라 판세가 좌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직전의 2012년 대선은 ‘경제민주화’가 화두였다. 국내에선 ‘저축은행 사태’, 국제적으로는 ‘월가 점령시위’ 등으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반감이 큰 시기였다.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불린 김종인 씨를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전격 영입,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면서 선거에서 승리했다.
2007년 대선은 반대로 ‘경제 살리기’ 선거 구도가 주효했다. 기업가 출신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낙승을 거뒀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일찍 치러지는 만큼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론’이 힘을 받는 상황이다.
한때 ‘정치교체’나 ‘세대교체’ 등 이에 맞서려는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정권교체론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는 정권교체론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높은 지지율로 어느 정도 증명됐으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구(舊) 여권 출신 후보들의 지지율이 맥을 못 추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 후보는 전날 TV 토론에서 “‘촛불 혁명’도 정권을 교체하지 못하면 또다시 미완의 혁명이 되고 만다”며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 후보는 기존의 보수와 진보를 모두 수구세력이라고 규정한뒤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정치인, 미래를 이끌어나갈 능력있는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면서 ‘더 좋은 정권교체론’이라는 프레임을 내걸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마저 한때 “내가 집권하면 정권교체”라는 논리로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막판 변수는 한반도를 엄습한 안보 위기다. 최근 남북한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은 시중에 ‘제2차 한국전쟁설’이 나돌 정도로 심상치 않다.
홍 후보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칼빈슨호와 일본 함대의 동해 접근, 이를 수장시키겠다는 북의 위협, 북·중 국경지대로의 중국군 이동, 중국의 수호이 전투기 훈련과 서해 함대시위 등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고 적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자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사드 배치에 전향적 입장으로 돌아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당론과 이에 찬성하는 안 후보의 견해가 충돌한다는 비판을 반영, 지난 23일 소속 의원 39명 중 34명이 찬성 입장을 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와중에 노무현 정부 시절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을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했다는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이 이슈로 떠올랐다.
차기 대통령의 대북관을 가늠케 할 안보 소재인 회고록 논란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 후보와 송 전 장관의 ‘진실게임’ 양상이 더해져 정치권을 강타했다.
전날 관련 기록 공개로 정면 대응에 나선 문 후보가 이번 논란을 돌파하느냐 주저앉느냐에 따라 이번 대선의 막판 판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선거운동 기간이 짧다는 점에서 사실상 검증이 불가능한 ‘네거티브’ 공세, 이날 바른정당 의원총회를 계기로 재점화할 보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 논쟁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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