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무력시위’ 실패…김정은 체면 구겨

北, ‘미사일 무력시위’ 실패…김정은 체면 구겨

입력 2017-03-22 16:20
수정 2017-03-22 16:2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무수단 개량형·신형미사일 가능성…무수단이면 9번 중 8번 실패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 종료 이틀을 앞둔 22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해 ‘한 방’을 먹이려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체면을 구겼다.

북한은 이날 원산 갈마비행장 근처에서 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나 정상적으로 비행하지 않고 실패했다. 한미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이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벗어나 수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에 실패한 미사일은 사거리 3천㎞ 이상의 무수단 개량형 미사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그간 6차례 원산 일대에서, 2차례는 평북 구성시 일대에서 각각 발사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12일 발사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 2형’(500㎞ 비행·사거리 2천㎞ 추정)과 유사한 다른 신형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오늘 발사된 미사일의 종류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 꼭 찍어 어떤 기종이라고 속단할 수 없다”고 말해 무수단이나 신형 미사일 발사 모두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사거리 1천200㎞의 노동미사일과 300~1천㎞의 스커드(스커드-ER 포함) 미사일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이 실전 배치한 1천여 발의 탄도미사일 중 85% 이상인 노동미사일과 스커드 미사일은 로켓엔진이 안정화되어 거의 실패하지 않고 있다.

노동·스커드 미사일은 대기권 재진입 때 발생하는 열(1천500℃)을 탄두가 견디도록 하는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대기권 재진입 때의 속도가 마하 20 이상이어서 6천~7천℃의 고열이 발생하는데 북한은 ICBM 탄두가 이런 고열을 견디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무수단이 맞다면 이번까지 9발을 발사해 8발이 실패했다. 단 1발만이 성공한 것이다. 한 축의 바퀴가 6개 달린 차량에 탑재되는 무수단은 발사 때 통상 2기를 이동시키기 때문에 나머지 1발을 조만간 추가 발사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무수단 미사일은 작년 6월 22일 두 발이 고각으로 발사됐으나 이 가운데 1발만이 최대 높이 1천413.6㎞까지 솟구쳐 400㎞를 날아가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4월 15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발사한 9발 중 8발이 실패했다면, 이는 무수단 미사일의 결함이 완전히 극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20일에도 평북 구성의 방현비행장 인근에서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TEL에서 점화된 직후 공중에서 폭발해 TEL까지 시커멓게 태웠던 사례가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시점도 눈길을 끈다.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 종료를 이틀 앞두고 발사했다. 북한군의 동계훈련도 막바지에 와 있다. 이 때문에 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이 동계훈련 차원에서 발사했거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무력시위성 도발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발사가 신형 개발을 위한 시험 발사의 가능성보다 동계훈련과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동계훈련을 마무리하며 김정은이 참가하는 뭔가 크게 한 건 보여주려는 대규모 훈련을 앞두고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미끼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군 정보당국은 이날 발사한 북한의 미사일의 기종을 즉각 판단하지 못하고 있어 정보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들어서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기 전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경향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TEL이 원산 인근으로 이동하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서 “한미가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