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공개메시지 없이 침묵 속 탄핵안 표결 예의주시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로 벼랑 끝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운명의 날’을 맞았다.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되는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과정을 예의주시하면서 결과에 따른 향후 대응 방향을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심리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지만, 그렇다고 가결을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이다.
탄핵안 처리 당일에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박 대통령은 표결 전까지 아무런 공개 메시지를 내지 않을 방침이다.
4차 대국민담화 또는 기자회견을 통해 ‘질서있는 퇴진’의 진정성을 밝혀야 한다는 일부 참모들의 건의와 ‘4월 퇴진’ 의사를 육성으로 밝혀달라는 친박(친박근혜)계 일부 인사들의 요청에도 ‘로키 행보’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난 이후 사흘째 침묵모드다.
대신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탄핵안 표결 이후의 정국 시나리오와 대응 방향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실장은 이 자리에서 “국정 공백과 혼란이 없도록 업무를 잘 챙겨달라”고 주문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회의에서 평소와 다름 없이 수석실별로 차분하게 업무보고를 했지만, 탄핵을 앞두고 착잡한 분위기가 회의장을 무겁게 짓눌렀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 따로 만나지 않고 관저에서 보고를 받으면서 조용히 탄핵 이후의 행보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낮에는 핵심 참모들과 만나 “담담하게 표결 상황을 지켜보고 경우의 수를 잘 살펴서 차분하게 대처해 나라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일해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마지막으로 전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관저에서 오후 3시부터 시작되는 국회 탄핵안 표결 과정을 TV로 시청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무소속 의원 172명이 일찌감치 탄핵을 공언한 가운데 새누리당에서도 비주류를 중심으로 상당수 의원들이 동참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혀 탄핵안 의결 정족수인 200명을 채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변호인단, 법률 참모들과 함께 헌재 탄핵 심리와 특별검사 수사에서 펼쳐질 법리 싸움 대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부결될 경우에는 내년 4월 퇴진과 6월 조기대선을 골자로 한 ‘질서있는 퇴진’ 로드맵을 다시 내놓고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오든 야당과 ‘촛불민심’이 계속 즉각 퇴진을 압박하겠지만, 박 대통령은 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하야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 유력하다.
오후 표결 결과가 나오면 청와대는 정연국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 결과에 따르고 원만한 국정 운영을 바란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박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