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소수파인 與 친박만 ‘지지’…국회 청문회 불가능할듯
거국중립내각 논란의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2일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를 바꾸는 개각을 전격적으로 단행하자 야권과 새누리당 비주류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정국이 더욱 복잡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야권에서는 “탄핵이나 하야 요구를 유도하려고 저러는 게 아니냐”며 강한 불쾌감을 표할 만큼 박 대통령의 정국 수습책이 ‘최순실 사태’로 패닉에 빠진 정치권을 오히려 더 자극한 모양새가 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긴급성명에서 “국민을 우롱했다”며 실제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개각 발표에 대해 즉각 ‘청문회 거부’ 방침을 정했고, 국민의당도 내부적으로 비슷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거국중립내각 제안조차 ‘물타기’로 의심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참여정부 출신인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총리에 지명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를 덮으려는 의도를 보였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도 거국중립내각 도입 논의조차 진척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돌발 행보가 가뜩이나 꼬인 정국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며 야당 못지않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신임 국무위원 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보낸다 해도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청문회는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단 야3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점유한데다 새누리당 역시 비박계의 목소리가 해체 수순에 접어든 친박(친박근혜)계보다 더 힘을 얻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개각이 국회에서 수용되느냐의 문제를 넘어 이번 개각은 한껏 성난 벌집을 더욱 들쑤신 형국을 조성했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벌써 ‘탄핵·하야’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이 국면을 인사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작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분노는 국민에게 더 큰 탄핵, 하야, 촛불을 유발하게 하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개각을 ‘제2차 최순실 내각’으로 규정하며 공세를 한층 강화했다. 특히 “대통령 하야와 탄핵 요구를 절제하고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추미애 대표는 “제2차 최순실 내각을 만든 느낌”이라며 “이것은 정국수습이 아니라 정국을 더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길이기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원점에서 생각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는 박 대통령의 개각 발표가 양대 계파 간 내분을 더욱 심화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장악한 당 지도부는 환영 의사를 나타냈지만, 비박계는 야당 못지않은 비판을 쏟아부으며 사실상 ‘수용 불가’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비박계 중진 정병국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 도중 청와대에서 개각을 발표하자 “이렇게 하면 여기에서 백날 떠들어봐야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역정을 냈다.
권성동 의원은 “어차피 총리는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고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니 야당과 협의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면서 “이렇게 갑자기 일방적으로 후보자를 지명하면 또 다른 반발을 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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