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재단 논란에 첫 입장 표명… “문화체육 육성, 기업들이 뜻 모아”
野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검찰, 문체부 직원 2명 소환조사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 왼쪽으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민정수석, 현대원 미래전략수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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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상 성역 없는 검찰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 재단 의혹에 최씨가 관여돼 있다는 언론 보도가 지난달 20일 처음 나온 지 꼭 한 달 만의 입장 표명으로, 의혹을 더이상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의혹이 의혹을 낳고 불신이 커져 가는 현 상황에 제 마음은 무겁고 안타깝기만 하다”면서 “저는 오로지 국민께서 저를 믿고 선택해 주신 대로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지키는 소임을 다하고 제가 머물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어떠한 사심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재단 설립 과정과 관련, “문화체육 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우리 문화를 알리며 어려운 체육인재들을 키움으로써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 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라면서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이에 동의해 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의미 있는 사업에 대해 의혹이 확산되고 도를 지나치게 인신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문화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 의지에 찬물을 끼얹어 기업들도 더이상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한류 문화 확산과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한웅재)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2명을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미르재단이 16개 대기업으로부터 486억원의 출연금을, K스포츠재단이 19개 대기업으로부터 288억원의 출연금을 거두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배후에서 일정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마치 남의 일처럼 말했다며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금태섭 대변인은 “설립 배경에 대해 왜 대통령이 그렇게 상세히 설명해야 하는지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 5명은 최씨 관련 의혹을 신속히 수사하라며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6-10-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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