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쑤신듯 “비례 추천 다시 하라” 당내 반발…文은 침묵

벌집 쑤신듯 “비례 추천 다시 하라” 당내 반발…文은 침묵

입력 2016-03-20 19:35
수정 2016-03-2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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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례 2번은 비상식적”…비대위 사과요구도

더불어민주당은 20일 ‘김종인 지도부’가 내놓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선정문제를 둘러싸고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당 비상대책위가 이날 비례대표 후보 명부를 확정하기 위해 중앙위 순위투표를 시도했지만 중앙위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투표 자체가 무산됐다.

비대위는 21일 중앙위를 다시 열어 명부 확정을 시도하기로 했지만 일부 중앙위원들은 상당한 수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명부 확정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당내 반발은 주로 범주류를 중심으로 나오지만 아직은 친노(친노무현)나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조직적 저항에 나섰다고 보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우선 김종인 대표가 남성 후보 중 최상위 순번인 2번으로 ‘셀프 전략공천’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론이 많다.

경선에 탈락한 김광진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김 대표의 셀프 전략공천은 정의롭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며 “17번 정도를 선언하고 최소 이 정도까지는 될 수 있게 힘써나아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 재선 의원은 “과거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은 비례대표 당선이 가능한 끝번호에 자신을 배치했다”며 “그 정도까지 바란 것은 아니지만 2번은 당의 대표성이 있는 순번인데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특히 비대위가 3개 그룹으로 나뉜 비례대표 후보군을 제시한 뒤 후보들의 그룹 간 이동 가능성을 차단한 것은 중앙위의 순위투표 권한을 침해한 것이자 지도부의 자의적 입김을 차단한 공천혁신안의 취지에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일부 비례대표 후보들은 명단이 공개되기 무섭게 논문표절, 부적절한 처신 등으로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어 공천관리위원회의 검증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공갈막말’ 논란으로 공천배제된 정청래 의원은 트위터글에서 “비례대표 추천, 기본상식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며 “사람들이 염치가 있어야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도 트위터글에서 “검증을 제대로 못 하고, 사사로운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부적절한 후보를 내놓는 것은 당을 다시 위기로 내모는 길”이라고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추미애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더민주의 이번 비례대표 선정은 원칙도 없고 국민도 없다”고 지적했고, 당 전국농어민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당헌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고르게 안분하도록 돼 있지만 당선안정권 후보들은 대부분 대학교수로 구성됐다”며 비대위의 사과를 요구했다.

당 을(乙)지로위원회도 21일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반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로 했다.

당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던 조국 서울대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김 대표가 ‘법정관리인’으로 초빙됐으나 당규 개정을 통해 ‘대표이사’가 됐다”며 “김 대표가 (혁신공천안이) 대표의 권한을 없앤 ‘고약한 규칙’이라고 비판하면서 비례대표 선발규칙을 바꾼 결과가 이것이다. ‘고약한 선택’이다”고 비판했다.

당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을 받으면 친노·친문의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조직적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가 사전에 전혀 알려준 것이 없다”며 “문 전 대표는 오늘 일에 대해 별다른 말이 없었고, 특별히 말씀할 것같지도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친노 진영은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개별적인 차원에서 비판론을 내놓고 있다.

불출마를 선언한 김용익 의원은 트위터 글에서 “중앙위를 내일 저녁에 다시 열기로 했다. 제대로 만드는지 보자”고 말했다.

친노 성향 한 의원은 “오늘 일에 대해서는 친노, 비노를 떠나 다수가 잘못됐다고 보는 것 아니냐”며 “친노의 반발로 비칠까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이번에는 김 대표가 과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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