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선출후 345일만의 결단…선거 진두지휘 구상 차질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대표가 19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히고 당권을 내려놓는 수순에 들어갔다.작년 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선출된 후 345일 만이다. 전당대회 출사표에서 언급한 ▲전당대회 ▲당 혁신 ▲4·13 총선 등 세 번의 죽을 고비 중 세 번째 고비 앞에서 뜻밖의 장애물에 걸려 중도하차하는 모양새가 됐다.
당초 총선 승리를 이끌어 내년 대선의 유력 대선주자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문 대표의 구상은 결과적으로 차질을 빚게 됐다. 야권분열의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문 대표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대목이다.
당 대표 선출 이후 초기는 분위기가 좋았다. 전당대회 컨벤션효과에다 대선 주자로서 프리미엄까지 겹쳐 한때 지지율이 30%를 넘나들 정도로 대선 지지율 1위 후보로서 승승장구했지만 4·29 재보선 참패가 화근이 됐다. 이기는 정당을 모토로 대표직에 취임했지만 결과적으로 선거 참패가 대표 사퇴로 이어진 것이다.
문 대표는 재보선 이후 비주류의 사퇴 공세에 시달리자 당 혁신을 전면에 내건 혁신위원회 가동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당이 안정화되기는 커녕 내분이 심화되면서 주류, 비주류 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이 과정에서 문 대표는 재신임투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카드 등을 던지며 돌파구를 모색했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주류, 비주류 간 고질적 갈등이 고조될대로 고조되면서 지난달 13일 안철수 의원을 필두로 16명이 탈당하는 사실상 분당사태로 격화됐다.
문 대표가 혁신과 함께 통합을 키워드로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목과 갈등이 깊어져 야권 분열의 책임을 지게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문 대표는 향후 당 대표를 비롯한 인재영입위원장 등 모든 직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전격적인 영입을 통해 반전의 물꼬틀 턴게 계기가 됐다.
당장 문 대표는 지도부 권한을 ‘김종인 선대위’에 이양하기 위한 후속 과정을 밟아야 한다. 현재로선 주중 당무위원회를 열어 지도부 사퇴를 공식 선언하고 선대위 구성 및 전권 이양을 결의하는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커보인다.
문 대표는 이날 총선 불출마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저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든 비례든 출마하지 않겠다고 불출마선언을 했던 상태다. 아직까지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도 최근 “본인이 스스로 판단할 일”이라며 문 대표의 선택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여 불출마로 정리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총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는 정치적 배수진을 친 문 대표가 총선 이후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서 재기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의 반문(반문재인)정서를 누그러뜨리고 등돌린 민심을 되돌리는 일이 우선 필요하다. 문 대표는 주말 호남을 방문하는 일정을 검토했다가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대표 재임 중 야권 분열이 현실화됐기 때문에 총선 결과는 문 대표의 정치적 명운과도 직결돼 있다. 총선 승리가 가장 절실한 사람이 바로 문 대표라는 뜻이다.
문 대표는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 총선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정권교체의 희망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겸허하게 제 역할은 여기까지다 인정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백의종군을 하더라도 총선 승리를 위해 열심히 돕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된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취임한 이래 탈당 흐름이 멈칫하고 당이 안정화 기조로 돌아선 양상을 보이는 것은 그나마 문 대표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부분이다.
비주류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가 계파공천·밀실공천 타파를 이유로 고수한 ‘공천혁신안’이 앞으로 얼마나 이행되고 성과를 거둘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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