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분당 없도록 文 결단해야”…文 “통합·단결·총대선 승리 노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12일 전격 회동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 도중에다.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자리를 놓고 맞붙었던 두 사람의 만남은 문 대표의 거취와 지도체제를 둘러싸고 당이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이 입장차만 확인하고 다시 등을 돌리느냐, 아니면 어느 정도 접점을 찾느냐에 따라 호남 민심의 이반으로 표출된 당 내분 사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이었던 박 전 원내대표가 호남에 일정정도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점에서 텃밭 복원이 급선무인 문 대표로선 어느 정도 박 전 원내대표 끌어안기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또한 혁신위의 ‘공천배제 조항’으로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했던 박 전 원내대표는 공천 문제에 대한 매듭이 개인적으로 시급한 문제이다.
두 사람은 박 전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국회 당 대표실에서 배석자 없이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 통합전당대회, 통합조기선대위 등 지도체제와 문 대표의 거취 등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박 전 원내대표가 회동 후 기자들에게 전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대표께서도 하실 말씀을 다 하셨고, 저도 드릴 말씀을 다 드렸다”고 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문 대표에게 “어떠한 경우에도 자꾸 기일이 연장돼 당내 불만이 고조되면 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며 “대표가 계획을 갖고 일정을 말씀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이 순간 최대의 혁신은 통합으로, 당이 분당으로 가선 안 된다”며 “반드시 통합해서 승리할 수 있도록 대표가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문 대표는 “어떻게 해서든 (당내 의견을) 외면하지 않고 당의 통합과 단결, 총선 승리, 정권교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자”고 했다고 박 전 원내대표는 전했다.
다만 문 대표의 구체적 발언에 대해선 “얘기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을 아낀 뒤 “대표가 좋은 결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는 혁신위의 공천배제 조항을 염두에 둔 듯 “개인 문제에 대해 최근 와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심정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략공천 몫은 확보하는 선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입장과 함께 “당을 탈당한 박주선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동구가 소멸되지 않도록 정치력을 발휘해달라”,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농어촌 지역구를 살려달라”면서 “이런 것이 쌓이면 대표를 원망하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문 대표에게 전했다.
문 대표는 회동 후 별다른 언급 없이 선거구 획정 협상을 위한 여야 ‘4+4’ 회동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박 전 원내대표는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문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며 문 대표와 각을 세워왔다. 당 혁신위의 공천배제 조항으로 위기에 처하자 탈당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강력 반발했다.
문 대표는 박 전 원내대표가 구제대상에 해당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앙금이 쉽사리 해소되진 않았다. 박 전 원내대표는 10·28 재보선 참패 뒤에는 문 대표를 향해 “왜 자기도 죽고 당도 죽이려고 하느냐”며 사실상 2선 후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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