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체제’ 국정원, ‘해킹정국’에 이례적 적극대응

‘이병호 체제’ 국정원, ‘해킹정국’에 이례적 적극대응

입력 2015-07-20 14:25
수정 2015-07-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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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위 자료 공개” 방침 조기 천명 등 발빠른 대처 야당 정면반박도 불사…전례없는 ‘직원일동’ 명의 보도자료까지

국가정보원이 해킹 프로그램 구매 및 민간사찰 의혹과 관련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파상공세에 이례적으로 적극 대응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정원은 야당이 민간사찰 의혹을 제기하자 국회 정보위 출석, 보도자료 배포 등의 방식을 통해 “민간사찰은 없었고, 야당의 의혹 제기를 정보위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정원의 이러한 적극적인 대응인 기밀 정보를 다루는 정보기관이라는 점과 과거 대응 방식을 봤을 때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국정원은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사(社)로부터 해킹 소프트웨어를 구입했다는 의혹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에서 구입 사실을 바로 시인한 뒤 “국민을 상대로 사용한 적은 없다. 구입 회선이 20개로 이 중 18개는 대북용으로, 2개는 연구용으로 각각 사용했다”고 적극 해명했다.

또, 지난 17일에는 A4 용지 2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고 해킹프로그램 사용기록을 국회 정보위원회에 공개하겠다고 선제 대응하면서 “근거없는 의혹으로 국정원을 매도하는 무책임한 논란은 안보를 약화시키는 자해행위”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해킹 의혹과 관련해 자살한 직원 임모씨의 유서가 공개된 19일에는 ‘직원 일동’ 명의로 A4용지 3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고 야권의 의혹 제기를 ‘정치 공세’로 규정한 뒤 “개탄스러운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음지에서 일한다”는 철칙이 있는 국정원이 ‘직원일동’ 명의의 자료를 낸 것 자체가 전례없는 일이라는 평가다.

이처럼 국정원이 과거와 달리 이번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댓글사건에 이어 다시 해킹 의혹이 나오면서 이른바 사이버 사찰과 관련한 근거없는 의혹이 계속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의혹 제기에 적극 대응해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정원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20일 “조금만 확인해도 팩트(사실)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는데도 대응을 안 하니 무분별한 의혹 제기가 남발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국정원이 앞으로는 의혹 제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과 2014년 서울시공무원 간첩증거 조작 사건 등을 겪으며 현 정부 들어 ‘정치개입 불가’라는 국정원 개혁기조가 계속해서 강조된 것도 이번 대응방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남재준 전 원장이 2014년 5월 간첩증거 조작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당시 이병기 주일 대사가 원장으로 부임해 ‘정치불개입’ 원칙에 따라 방첩과 대테러 분야를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올해 3월 취임한 이병호 원장도 정치불개입과 순수 정보기관 역할 강화라는 개혁 기조를 이어받았다.

따라서, 국정원의 이런 적극 대응기조에는 이병호 원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이번에는 사안 자체가 정보기관의 고유 업무라는 점도 대응시 고려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지금까지 배포한 두 건의 보도자료에서 해당 해킹 프로그램을 35개국 97개 기관이 구입했다는 점과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구입 사실이 논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정보기관의 고유 업무에 대한 논란이 국익 차원에서 별로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치성향에 따라 입장이 갈릴 수 있는 과거 사건과 달리 국정원은 이번 민간사찰 의혹 제기에 대해 자신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국정원은 정보기관으로 업무 내용과 방식이 외부에 노출되면 안 된다는 점 때문에 국정원의 이런 적극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일부 있다.

이는 국정원의 대응이 일정 수위를 넘으면 정보기관으로서의 업무 능력 약화를 가져오게 돼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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