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재저지 쉽지않아…강제징용 명시 등 차선책 가능성
일본 근대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이번 달 일본 측과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정부 소식통은 5일 “이번 달 말 일본 도쿄에서 일본의 근대 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신청과 관련한 한일 간 양자회담이 열리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회담은 우리 측의 요구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양측에서 국장급 또는 차관보급 인사가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일본이 신청한 23개의 근대산업시설에 대해 ‘등재 권고’ 결정을 내린 이후 첫 한일간 공식 협의가 되는 셈이다.
최종 등재 여부는 ICOMOS의 권고를 바탕으로 오는 6월28일~7월8일 독일 본에서 열리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일본이 문화유산 등재 신청이 문제가 되는 것은 총 23개의 시설 가운데 7곳이 국민의 강제징용 한이 서린 시설이라는 점이다. 이들 시설에서 무려 5만7천900명의 한국인이 강제동원됐고 그중 94명이 강제동원 중에 사망했다.
우리 정부는 강제노동이 자행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채 산업혁명 시설로만 미화시켜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ICOMOS가 등재 권고 결정을 내린 만큼 한일간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의 등재신청 자체를 철회시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ICOMOS가 등재를 권고한 것 가운데 세계유산위원회가 등재불가 판정을 내린 경우는 극히 드물어 실제 등재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차선책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유산 등재 보고서에 조선인 강제징용이 있었다는 문구를 넣는 방안 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거론되고 있다.
이른바 ‘부의 유산’(negative heritage) 개념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유대인들에 대한 비인간적 범죄 같은 것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본 측이 우리 정부의 요구를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한일간 팽팽한 기싸움은 물론 세계유산위원회를 상대로 한 양측의 치열한 물밑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