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분열이냐” “자중지란” 비판 의식해 공개 반발은 삼가
새정치민주연합이 4·29 재보궐 선거에서 충격적인 참패를 당하면서, 문재인 대표 등 친노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져 한동안 잠복했던 계파 갈등이 불거질 조짐이다.문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일단 정면돌파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수습을 시도했다.
이에 비노(비노무현)세력은 겉으로는 자중지란을 피해야 한다며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무책임한 태도라는 불만과 함께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 ‘앞마당’까지 내준 호남의원들은 문 대표를 향한 성토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면서, ‘친노’·’비노’의 대립이 일촉즉발로 치달을 전망이다.
◇’정면돌파’ 메시지, 비노 겉은 ‘자제’ 속은 ‘부글부글’ = 이날 문재인 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한걸음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당내에서도 엄중한 시국에서 분열해서는 안되는 만큼, 문 대표의 사퇴를 거론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재성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문 대표가) 책임 질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객관적 상황(야권후보 난립)이 혼재하고 있다”면서, 문 대표 사퇴론에 대해서는 “대안이 있어야 하고, 분명하고 냉철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이번) 경우가 좀 다른 것은 분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비노 의원들도 우선 겉으로는 이런 기류에 동조하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 뜻이 얼마나 무서운지 반성하고, 모두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야권은 분열하면 패배한다”면서 “지고나서 분열하면 또 지는 것”이라고 했다.
민평련계 의원들도 모임을 갖고 성완종 파문 속에서 지도부의 대여 투쟁에 힘을 싣기로 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7·30 재보선 때 비노 지도부가 사퇴한 것과 비교하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 대표가 회의에서 ‘정면돌파’ 입장발표 후, 이같은 불만은 기름을 끼얹은 듯 번져나갔다.
한 초선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혀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라며 “문 대표는 대선 패배 후에도 의원직을 유지했고, 사면 논란에서도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이라고 했다.
다른 비노측 당직자도 “문 대표의 입장발표도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공천 전략부터 성완종 파문 대처까지 문 대표의 미숙함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경선에만 맡기며 ‘면피성 공천’을 했다. 정동영 전 의원이나 천 의원도 붙잡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표 대신 측근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문 대표가 참여정부 때부터 함께한 ‘비선라인’에 의존한다는 지적도 많은데, 이들을 뒤로 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노 의원 그룹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은 이날 오찬모임을 갖고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호남서도 책임론 ‘고개’…문 대표와 선긋기 나설수도 = 호남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문 대표의 책임론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문 대표가 천 의원을 막아내는데 실패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이들의 텃밭도 ‘풍전등화’의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문 대표가 다른 지역에서의 호남 민심을 끌어안는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관악을에서도 경선을 거치긴 했지만 (동교동계인) 김희철 전 의원의 후보자격을 사실상 박탈한 것”이라며 호남의 반발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호남 지역 한 중진 의원도 “호남인들이 바라는 것은 오히려 경제정당 기조였을 수 있다”면서 “호남인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민심도 모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단적인 경우 호남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서 문 대표에 공세를 퍼부으며 호남 민심 달래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책임론이 불거질 기세다.
당내 일각에서는 패배 책임을 야권분열로 돌리고 있지만 인천서·강화을과 성남 중원의 경우 여권이 과반 이상을 득표한 만큼, “지금의 문 대표 체제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총선이 다가가올 수록 문 대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비례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