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비선실세’ 논란 확산…국회에도 불똥

정치권 ‘비선실세’ 논란 확산…국회에도 불똥

입력 2014-12-05 00:00
수정 2014-12-0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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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위, 野단독소집 20여분만에 산회·교문위, 박대통령 인사지시 공방與지도부 “수사 지켜봐야” 차단막 vs 野 “朴대통령 사과·읍참마속 필요”

이른바 ‘정윤회 문건’ 보도로 촉발된 정권 비선 실세 논란이 여권의 진정 노력에도 점차 확산하는 형국이다.

막바지에 접어든 정기국회도 각 상임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파행 위기를 맞고 있어 연말 ‘법안국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5일 ‘비선 실세’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운영위원장인 이완구 원내대표를 제외한 전원이 불참하면서 20여 분만에 산회했다.

야당 의원들은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 씨와 청와대 안봉근·이재만·정호성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관계, 비선 라인과 김기춘 비서실장 간 권력다툼설의 실체 등을 규명하기 위해 운영위를 정상 가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온 국민이 의혹을 갖는 정윤회 게이트, 비선실세의 농단 등에 대해 청와대 김 비서실장을 비롯한 의혹에 휩싸인 분들을 국회로 불러 질의·응답하는 게 가장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라면서 “그럼에도 여당 의원들이 외면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책무를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완구 원내대표는 “문서유출 사건이고, 검찰이 관련자를 소환하고 있다”면서 “공무원이 재직 중에 취득한 비밀을 누설한 게 본질이기 때문에 단순한 설만 갖고 운영위를 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여당 입장”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특히 이날 한 언론에 “박근혜 대통령이 부처 국·과장 교체까지 직접 지시했다”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언이 보도되면서 여야 간 신경전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됐다.

야당은 또 문화부를 상대로 정윤회 씨가 승마선수인 딸을 위해 승마협회를 좌지우지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의 진실 여부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여야 지도부도 회의 등을 통해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특히 새누리당 지도부는 비선 실세 의혹이 계속 증폭되자 사흘간의 침묵을 깨고

야당의 공세에 적극 차단막을 치고 나섰다.

공무원연금·공기업 개혁 추진과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통과, 야당의 사자방(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위산업) 국정조사 대응에 진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형 악재가 터진 데 대해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김무성 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산적한 국정 현안이 미뤄진다거나 소중히 보호돼야 할 국가리더십을 흔드는 시도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특히 새누리당은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으로서 불필요한 말과 행동으로 국정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내부 단속을 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 사건의 본질은 문서유출이고, 공무원의 비밀누설”이라면서 “이 게 변질돼서 십상시 등을 언급하고, 특별검사나 국정조사 과도한 정치공세로 나오는 것은 전형적인 정치공세로서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의 사과와 진상 규명, 관련 청와대 참모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공세를 더욱 강화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비대위·특위 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읍참마속’도 불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비선실세 주인공들이 언론에 대고 연일 폭로전을 하고 있다. 막장 드라마”라며 “수첩인사 자체도 문제지만 더 문제는 비선 실세가 주도했다는 것으로, 정부의 공적 시스템이 비선실세에 의해 붕괴됐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은 박 대통령을 향해 “국민은 ‘십상시’를 방치한 무능을 더는 바라지 않는다. 먼저 대국민사과부터 하시라”고 요구했다.

박 비대위원은 이번 의혹을 ‘전대미문의 궁중암투’로 규정,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해 “국기문란 행위를 알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무능한 비서실장으로, 직무유기가 도를 넘었다”면서 “김 실장과 ‘문고리 권력’을 그대로 남긴 채 검찰수사에 기대를 거는 국민은 없다”며 이들의 퇴진도 거듭 요구했다.

한편 여당 내에서도 문건 유출과 관련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친이(친이명박)계를 위시한 비박(비박근혜)계에서는 청와대 참모 문책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친이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문건이) 유출되도록 내부 기강을 단속하지 못했던 청와대 책임자들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비서실장이 됐든 수석이 됐든 비서관이 됐든 그 라인에 관계되는 사람들은 일단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을 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태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 씨가 핵심 실세 비서관 3명과 정기적으로 만나서 국정을 논의한 것”이라면서 “만약 외부에서 국정을 농단하는 일이 벌어졌다면 당사자들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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