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말 조심하라” 경고음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비상대권을 잡자마자 기강잡기에 팔을 걷어붙였다.방명록 작성하는 문희상 비대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23일 동작구 국립 서울현충원 현충탑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문 위원장은 방명록에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 선조에게 올린 장계에 나온 ”今臣戰船 尙有十二(금신전선 상유십이·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한자로 남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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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포청천(중국 송나라 시절의 강직하고 청렴한 판관)을 자처하며 연일 거침없는 작심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노선대립과 계파갈등으로 사분오열된 당을 바로잡겠다는 의도에서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문 위원장은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율(紀律) 없는 당은 당이 아니다”며 “(기율을 어기는 경우) 절대 그냥 놔두지 않겠다. 당의 기강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강을 해치는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내 입으로 나열하고 싶진 않지만, 어디 가서 싸움질을 한다든가, 품위를 떨어트린다든가…라고 했다.
일단 유명무실화된 당 윤리위를 당기위원회 수준으로 강화하고 외부인사를 수혈해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게 문 위원장의 복안이다.
문 위원장은 이날 취임 후 처음 열린 당직자 조회에서도 10여분간의 인사말을 통해 격정적 어조로 기강확립을 강조했다.
그는 “정당은 정부기관 다음으로 기강이 서야 하는 조직”이라며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해당행위를 엄단하고 규율을 어기면 일벌백계 하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또 전당대회 준비 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무엇보다 당직자들이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면서 헌신해야 한다”며 “줄 서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당내 극단주의자 경계론을 펴온 문 위원장은 “자꾸 극단적인 사람들이 당을 향해 해당행위를 하는데 당을 나가고자 한다면 나가게 해줄 것”이라고 말해 실제 행동에 나설지 관심을 끈다.
문 위원장의 ‘기강 드라이브’를 놓고 당내에서는 “시범케이스로 누가 걸릴 수 있다”며 바짝 긴강하는 분위기다. 이와 맞물려 문 의원이 사석에서 했다는 “개작두로 치겠다”는 말도 당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임기 3개월여 짜리 임시 대표인데다 ‘해당행위’라는 것의 경계가 분명치 않아 문 위원장의 ‘호령’이 엄포용 구두선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그간 일부 인사들의 돌출 행동과 막말이 민심 이반을 초래해 자정노력도 이어졌지만 구속력 있는 징계 조치로 이어진 적이 단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당인 열린우리당 시절 108명의 초선 의원들이 저마다 ‘튀는 행동’으로 여론의 반발과 민심 이반을 불러일으켰지만 당시 지도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뒷짐만 졌다. 이 때문에 ‘백팔번뇌’라는 조어도 생겨났다.
문 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놓고 당내 일부에선 “너무 오버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비노(비노무현) 중진인 의원인 김영환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당 규율을 잡겠다는 식의 생각은 너무 지나친, 많이 나간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비대위 인선을 놓고 기자회견과 인터뷰로 원색적 비난을 해온 조경태 의원도 교통방송 라디오에서 “해당행위라는 것이 특정계파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당 지지율을 떨어트리고 당을 해치는 행동인지 기준을 명백히 밝혀라”고 요구했다.
비대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지원 비대위원은 문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친노와 비노 간 찬반이 충돌하는 모바일투표 도입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두고 ‘경고음’을 날렸다.
박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비대위가 출범하자마자 이런 시비가 시작되면 안 된다”며 “문 위원장에게 공, 사석에서 ‘발언에 조심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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