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북미관계 고비마다 중동문제로 ‘관심’ 뺏겨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슬람 국가’(IS)와 전쟁을 선포함에 따라 꼬일대로 꼬인 북미관계의 정상화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최근 미국은 케네스 배 씨 등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위해 특사 파견을 검토하는 등 북한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골몰했다.
추석연휴 기간인 이달 8∼10일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글린 데이비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와 면담을 하고 억류 미국인의 석방과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한 것도 이런 연장선에서 이해된다.
이런 움직임은 이달 20일께 유엔총회 참석 차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미국을 방문하면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IS 응징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북한 문제는 또다시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오바마 행정부는 IS가 세력을 확대하면서 미국인 기자까지 참수하자 급기야 지난 10일 IS 응징을 위한 공습 확대 방침을 밝혔으며 미국은 IS 격퇴를 위한 ‘국제연합전선’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외교과제에서 북한문제는 우선순위가 밀려날 수밖에 없다.
사실 북한이 미국 정부와 외교적 교섭을 하다가 중동문제로 헛물을 켠 것은 과거부터 반복돼온 패턴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북미간의 미사일 협상이다.
당시 양측은 미국이 북한에 매년 3기의 인공위성을 발사해주고 매년 10억 달러어치의 식량을 지원하는 대신 북한은 사거리 500㎞ 이상 미사일의 생산과 개발, 배치를 중단하고 이미 보유한 것은 수년 내 폐기키로 의견을 모았다.
북미 양측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과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를 통해 합의 직전까지 도달했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방북을 해 합의문에 서명하고 마침표만 찍으면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평화협상에 남은 임기 10주를 모두 소진했고 결국 북미 미사일협상은 완전한 합의를 만들지 못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나의 인생’이라는 자서전에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자신의방북(2000년 10월) 결과를 토대로 내가 북한에 가면 미사일 협정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며 북한 미사일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2001년 6월에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포괄적 해법을 제안하고 잭 프리처드 당시 미국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와 리형철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 사이의 실무접촉도 성사되며 대화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그러나 9·11테러가 발생하고 부시 행정부가 중동문제에 집중하면서 1년 가까이 북미간에 대화다운 대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에서 민주당 정부인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 출범했지만, 또다시 이라크 전쟁 등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북한 문제는 그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IS 문제로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이 변화할 것이라는 분석, 북한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가 떨어질 것임을 예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도가 떨어지면 제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같은 미국의 주목을 받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이미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언급하며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10월에 들어가면 이러한 도발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는 중간선거가 있는 11월 초까지 북한이 큰 말썽을 피우지 않도록 관리하고 억류자 석방을 협의하는 정도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중동문제에 집중하면 이런 일들에 힘을 쏟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나는 10월 초부터 11월 초 사이가 남북과 북미관계에서 또 한 번의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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