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 why] 선거운동 여야 모두 흰옷 선호

[정치뉴스 why] 선거운동 여야 모두 흰옷 선호

입력 2014-07-23 00:00
수정 2014-07-23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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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상징 색깔 배제… “인물로 승부” 작용한 듯

22일 아침 대전 대덕구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최고위원회의는 이 지역 7·30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정용기 후보를 지원하는 자리였지만 풍경은 여느 선거 때와 달랐다.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는 모두 흰색 와이셔츠와 양복 차림이었고, 빨간색의 선거용 조끼를 입은 사람은 정 후보뿐이었다.

7·30 재·보선에서 색깔이 실종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재·보선에서는 ‘정당색’을 찾아보기 힘들다. 새누리당은 빨간색, 새정치민주연합은 파란색, 정의당은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갖고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지도부와 대다수 후보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강렬한 원색 점퍼를 유니폼처럼 맞춰 입고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원색의 점퍼 대신 등장한 것은 흰색 평상복이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 동작을만 해도 새누리당 나경원, 새정치연합 기동민, 정의당 노회찬 후보 등이 모두 흰색 셔츠를 입고 표밭을 누비고 있다.

앞서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치러진 6·4 지방선거 때 여야 지도부는 애도 분위기를 감안해 선거용 ‘색깔 점퍼’ 착용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에서는 별도의 자제령이 없었음에도 너도나도 흰색을 채택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에 빨간색이라는 파격을 도입한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빨간색이 더워 보인다는 얘기가 있어 흰색을 쓴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야가 모두 국민의 신뢰를 잃음에 따라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마케팅’보다는 새로운 당·청 관계를 요구하는 민심을 반영해 빨간색을 거부하고, 지지율이 하락세인 새정치연합과 지지율이 미미한 정의당은 인물로 승부하는 게 낫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지를 강렬하게 부각시키기 어려운 흰색은 우리 정당사에서 상징색으로 채택된 적이 없어 중립적인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정당들이 이미지 변신용으로 이 색 저 색을 마구 가져다 쓰는 바람에 이제는 더 이상 써먹을 색깔이 남지 않게 돼 결국 흰색까지 오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초록색은 과거 자민련이 오래 썼고 보라색은 2006년 지방선거 때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가 썼다. 유시민 전 의원은 과거 지지자 모임 때 분홍색을 상징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2000년대 이후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상징색을 쓰고 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4-07-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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