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C 품은 국가안보실에 ‘통일준비’ 지휘할 통일준비위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2년차에 들어서면서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무게중심이 청와대로 급격히 쏠리는 양상이다.청와대 국가안보실이 5년 만에 부활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까지 흡수하며 외교안보 분야의 실질적 컨트롤타워로 부상한데 이어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사실상 청와대가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주도권을 쥐면서 대북문제의 주무부서인 통일부의 존재감은 자연히 약해진 모양새이며, 관련정책의 추진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흘러나온다.
박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하고 남북간 대화와 민간교류의 폭을 넓힐 ‘통일준비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구를 통해 통일의 청사진을 마련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에 외교·안보, 경제·사회·문화 등 민간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을 폭넓게 참여시키겠다고 했지만, 기구의 성격을 ‘대통령 직속’으로 규정했다. 청와대가 활동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이다.
기구의 밑그림이 아직 그려지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통일준비위가 국가안보실이 외교안보 분야의 컨틀롤타워로 기능하는 것처럼 통일과 관련한 전분야에 걸쳐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이니 청와대가 중심이 돼서 구체적인 활동계획도 만들고 이를 발표하는 자리도 앞으로 생길 것”이라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도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렇게 되면 외교안보 분야는 국가안보실, 대북정책 수립을 비롯한 통일과 관련한 제반 설계는 통일준비위가 각각 맡아 사실상 박 대통령의 구상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게 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를 놓고 북핵문제나 남북대화, 통일 등 북한 문제를 모두 청와대가 포괄해 다룸으로써 정책이나 집행에 있어 부처간 엇박자를 방지하면서 최종 목표인 통일에 대해 종합적이고도 치밀한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에 관련기능이 집중되면서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통일준비위 발족으로 현업 부처인 통일부가 소외될 수 있고 기능과 역할에 있어 기존 기구와의 중첩 가능성도 적지않다는 비판도 있다.
이미 남북대화도 청와대와 북한 국방위가 핫라인을 만들어 진행하면서 통일부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 터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 통일, 외교 안보 정책 기능이 과도하게 쏠리는 모양새”라며 “중요한 이슈인 통일, 남북관계 문제를 청와대가 직접 챙기겠다는 취지까지는 좋지만 대통령 임기 내에 뭔가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통일준비위 발족에 대해 “이미 새로운 통일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통일부,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통과의 역할 분담이 명확히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국가안보실 1차장 겸 NSC 사무처장에 김규현 전 외교부 1차관이 임명된데다 김 차장이 최근 진행된 남북 고위급 접촉 수석대표로 나선 점,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됐던 천해성 전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마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통일부의 기능과 역할이 더욱 약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에서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의견 수렴 역할이 크다”며 “통일부가 있는데 (통일준비위가) 정책 기능까지 가져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