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특권방지법’ 속내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3일 ‘정치 혁신안’을 서둘러 발표한 데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새정치 플랜’이 발표되기 전에 정치혁신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안 의원 측과의 혁신·새정치 경쟁에서 정면 승부를 택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우선 지방선거에 앞서 정치 혁신 경쟁을 통해 우위에 서야 안 의원 측과의 연대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김한길(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의원회의에서 ‘국회의원 특권방지법’ 등 정치 혁신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새누리당이 김 대표의 혁신안에 대해 환영 의사를 표한 만큼 법안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크다. 안 의원도 이날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모든 당이 혁신 경쟁을 한다면 국민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민주당의 정치 혁신안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민주당 내부의 반발 움직임이다. 김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혁신안에 대한 지지 결의문을 채택하려 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사전에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해 결국 무산됐다. 의총에서 김광진 의원은 “특권 내려놓기가 과연 진짜 새정치냐, 안 의원에게 끌려가는 식의 행태가 아니냐”고 집중 비판했다. 강기정 의원 등 일부 의원들도 의견 수렴하는 과정을 추가로 할 것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5일 의총을 열어 이날 발표된 혁신안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논의 과정에서 최재성 의원 등이 주도하는 당내 ‘혁신 모임’ 등을 중심으로 집단 반발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혁신안의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도 터져 나왔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10만명 이상 서명을 받는 것이 어렵지 않아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정청래 의원도 트위터 글에서 ‘감동 없는 드라마’라고 평가절하하며 “국민은 자학적 제살 깎기 를 원하는 게 아니라 야당다운 야당이 되라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안철수 신당과는 뭐가 다르고 야당성을 어떻게 회복할지, 박근혜 정권과 어떻게 싸울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라고 지적했다. 박범계 의원은 트위터에서 “세비 문제를 얘기할 때가 됐다. 불체포 특권도 포기할 때가 됐다”며 세비 삭감 방안과 불체포 특권 포기 방안이 빠진 점을 비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2014-02-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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