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톱’ 대통령 신임 불구, 세금논란 비판여론 ‘타깃’”잘풀려 교체없을 것” vs “악화시 교체설 나올수도”
박근혜 정부 경제팀의 ‘투톱’ 격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정국의 새 뇌관으로 부상한 ‘세금 정국’의 터널을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현 부총리를 재신임하며 경제팀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풀 수그러들었지만, 봉급생활자 중심의 증세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한 세제개편안이 원점 재검토로 ‘U턴’하면서 이들의 입지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특히 야권의 경제팀 교체요구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와중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제2정조위원장인 조원진 의원까지 현 부총리와 주 수석의 사퇴요구에 가세, 간단치 않은 상황이 되고 말았다.
조 의원은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현 부총리와 조 수석이 스스로 사퇴해 주길 바란다”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희생을 요청해야 하는데 지금의 경제팀은 그럴 능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혜훈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월급생활자들 세 부담을 올린다고 발표하기 전에 부총리가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 고소득 탈세자들에 대한 강력한 추징의지부터 보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현 부총리를 압박한 바 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청와대 관계자가 ‘봉급생활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여건이 낫지 않은가.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해명을 시도했지만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민심은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조 수석을 에둘러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같은 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세법개정안에 대한 오해가 있거나 국민께 좀 더 상세히 설명드릴 필요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도 현 부총리와 조 수석의 ‘실책’을 에둘러 비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정책을 마련하고, 성안된 정책에 대해서는 국민의 오해가 없도록 제대로 설명할 것을 주문했지만 이번 세금논란 과정에서는 이런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세제개편안이 대체로 잘 만들어졌지만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중산층 부담에 관한 부분에서 정무적 판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박 대통령이 서둘러 원점 재검토를 주문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역시 세제개편안 발표 과정에서 현 경제팀의 정무적 판단에 실수가 있었다고 본다는 설명이다.
그러자 당정은 세부담 연봉기준점을 3천450만원에서 5천500만원으로 높이는 수정안을 검토하면서 ‘중산층’ 반발을 달래려 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예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정안 마련에도 불구하고 경제팀의 입지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다만 현 상황에서 청와대는 경제팀의 문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국무회의에서 ‘여권발 교체설’에 휘말렸던 현 부총리에 대해 “열심히 해오셨다”며 재신임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조 수석에 대한 신임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다. 지난 5일 청와대 참모진 중폭개편시에도 조 수석은 바뀌지 않았다.
또 두 사람이 그간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며 박 대통령의 최대공약인 복지확충을 위한 재원마련 등의 방안을 주도해온 만큼 경제팀의 교체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인식도 청와대 저변에 깔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 경제팀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평가가 썩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청와대가 간과하고 있지는 않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제개편안 수정안의 향방, 즉 세금 정국의 흐름에 따라 경제팀의 입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박 대통령이 조기진화에 나섰지만 세금 문제는 입법과정 등을 거치면서 장기간 진행되는 사안”이라면서 “중산층의 불만을 어떻게 달래느냐 여부에 따라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중산층 봉급생활자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성의를 보이면 문제가 생긴 원인이 상당히 풀릴 것으로 본다”면서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이 현 부총리와 조 수석을 경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