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등 현대와 합의사업에 애정 드러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구두친서를 전달한 것은 김정은 체제의 대남정책 방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현 회장에게 전달된 김 제1위원장의 친서는 현안에 대해 배제한 채 “정몽헌 전 회장의 명복을 빌며 아울러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정몽헌 선생의 가족과 현대그룹의 모든 일이 잘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지만 남북관계에 대한 함축적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이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빈소에서 남측 인사의 조문을 받기는 했지만, 남쪽에 직접 친서를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직접 금강산에 보내 격식을 갖췄다. 원 부부장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최측근으로 남북간 주요 행사와 회담에 모습을 드러낸 대남 실세여서 김 제1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적격인 셈이다.
김 제1위원장이 이번 구두친서 전달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 시절 맺어진 현대그룹과 관계를 지속해 가면서 금강산 관광사업 등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일성 주석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인연을 김정일 위원장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및 현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은 만큼 김 제1위원장도 이를 잇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구두친서 전달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현대그룹과 합의한 사업들을 유훈으로 받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현대그룹과 해온 그동안의 협력사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6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특별담화문에서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안하면서 개성공단 정상화뿐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도 의제로 못박았다.
또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열리는 와중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접촉을 제안하는 등 현대그룹이 해온 금강산 관광 재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합의서 초안을 여러 차례 수정하면서 정상 가동에 적극성을 보인 것도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보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를 풀려면 당국간 관계 복원이 우선인 만큼 현재 교착국면에 있는 개성공단 실무회담부터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성공단 정상화가 가동중단의 책임과 재발방지 약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이 문제의 해법부터 마련해야 금강산 관광사업 등 다른 사업에 대한 논의로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현정은 회장에게 구두친서를 보내는 등 남북관계를 풀려고 여러 노력을 하고는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결국 당국간 관계에서 출구를 마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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