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또 극한대치…소모적 정쟁 속 정치실종

여야 또 극한대치…소모적 정쟁 속 정치실종

입력 2013-08-01 00:00
수정 2013-08-0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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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 득세, 설 자리 못찾는 ‘약골’ 지도부

한국 정치권에서 정치가 또 실종됐다.

지난 두 달 가까이 한국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여야간 ‘막가파식 정쟁’이 대화록 실종사태를 계기로 정상화되는 듯 하더니 여야가 다시 막다른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은 하루하루 각박한 삶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치권에는 소모적 정쟁 뿐이다.

현재의 정국을 달구고 있는 쟁점은 국정원 댓글의혹 국정조사 청문회에 나설 증인 채택 문제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야당과의 협상에서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고, 야당인 민주당은 국회를 박차고 서울광장으로 뛰쳐나갔다.

정치권이 앞다퉈 외쳤던 민생은 이번에도 철저히 버림받고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대화록을 둘러싼 소모적 정쟁을 반성하려는 듯 지난달 26일 경쟁적으로 ‘정쟁 중단’을 선언했다.

이튿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민주당 김한길 대표에게 여야대표회담을 제안하자 민주당도 이를 검토하겠다고 화답하면서 ‘훈풍’이 부는 듯했다.

그러나 실무진들간에 합의문 초안까지 작성됐던 여야대표회담이 불발되면서 여야는 날선 대치로 되돌아왔다.

국정원 국조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견상 1일부터 장외투쟁에 돌입한 민주당이 국회 파행의 단초를 제공한 구도이지만, 새누리당도 여야 협상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새누리당 핵심 지도부가 이번주 해외일정, 지역구 일정 등으로 야당과의 협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국이 꼬일대로 꼬인데 대해 여야 지도부의 ‘약골 리더십’이 먼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모두 협상파로 분류되지만 황 대표는 친박(친박근혜) 세력에 둘러싸여 관리형 대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김 대표는 당의 대주주인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영향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두 대표 모두 당내 강경파 때문에 입지가 크게 약화됐다는 것이다.

정국이 자연히 지난 대선 때에 이어 ‘친박-친노 정면대결 구도’에 빠지면서 정쟁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에서는 연일 상대당을 향한 강경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이번 사태가) ‘한지붕 두가족’이 아니라 ‘두지붕 두가족’이 되는 야당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까 안타깝다”며 야권의 계파갈등을 겨냥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1일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와 남재준 국정원장,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국정 농단 트라이앵글’로 지칭했다.

청와대가 이 같은 정치적 사안에 불개입하는데 이유를 돌리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여야의 대립과 갈등에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매번 박 대통령의 책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새누리당 관계자는 “국회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민주당은 사사건건 대통령을 물고들어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장외투쟁을 선택한 야당 지도부는 리더십 부재라는 지적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새누리당도 여당으로서의 책임이 있고, 특히 박 대통령이 정치에 거리를 둘수록 당내 강경론은 다 확고해진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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