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추경처리 ‘속도전’…졸속·부실심사 우려

여야 추경처리 ‘속도전’…졸속·부실심사 우려

입력 2013-05-03 00:00
수정 2013-05-0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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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부처 심사 40분만에 뚝딱’쪽지예산’도 재연 조짐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조정소위원회에서 장윤석 위원장과 위원들이 추가경정예산안 세부 심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조정소위원회에서 장윤석 위원장과 위원들이 추가경정예산안 세부 심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예산결산특위가 지난 이틀간의 파행 끝에 3일 예산안 조정소위를 재가동하며 추경예산안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결위는 전날 밤 조정소위 여야 위원들간 심야협상을 거쳐 추경심사 정상화를 위한 여야 합의문을 발표하고 곧바로 심사를 재개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재정건전화 대책과 관련, 6월 임시국회에서 대기업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율을 1%포인트 낮추겠다는 게 합의문의 골자다.

고용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깎아주는 이 제도는 공제율을 줄임으로써 대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연간 2천억원 줄이겠다는 것으로, 넓은 의미에서 ‘대기업 증세’에 해당한다.

재계에서는 “대기업이 희생양이 됐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기본공제율의 경우 고용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혜택이어서 점진 축소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던 만큼 여야 모두 협상의 명분으로 활용한 셈이다.

추경심사가 정상화 됨에 따라 여야는 다음주 초 추경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당초 추경안의 처리시한인 6일보다는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7일 처리가 유력하다.

예결위 관계자는 “삭감 심사는 오늘(3일) 마무리될 것”이라며 “주말과 일요일에 여야 간사의 집중 협의와 6일 증액심사를 거치면 7일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증세, 경제민주화 등을 둘러싼 여야의 이견이 돌발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추경안의 본회의 처리 일정이 지연될 수 있는 상황으로 추경 처리 및 원내대표 경선일정을 감안해 16일까지 해외활동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예결위가 뒤늦게 ‘속도전’에 나섰지만 추경안이 졸속 심사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예결위는 이날 새벽부터 ‘졸속심사’의 행태를 드러냈다.

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환경부·고용노동부 등 5개 부처의 추경안 심사가 불과 40분만에 끝났다. 부처별 심사에 평균 8분이 걸린 셈이다.

일부 예결위원이 “농업 예산을 더 반영해야 한다”, “바지락 피해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지만 별다른 이견없이 처리됐고, 일부 위원은 정부의 설명에 대해서도 “길게 들었다, 자료로 제출해달라”며 넘어가기도 했다.

새벽 추경심사를 마친 뒤 일부 여야 예결위원은 “폭탄주나 한잔 하자”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돌아서 그동안 표면화된 여야 갈등과 대조를 이뤘다.

의원들의 지역 민원을 반영하는 ‘쪽지예산’ 행태도 재연될 조짐이다.

현재까지 심의를 마친 9개 상임위의 증액 규모는 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출 기준 추경 예산액 5조3천억원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토건 분야 민원사업이 집중되기 마련인 국토교통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산업통상자원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 1조8천억원 가량이 증액됐다.

추경안에 대한 늑장·졸속심사에 더해 ‘쪽지예산’ 관행까지 되풀이될 경우 추경의 근본 취지가 탈색됐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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