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 대역 주파수 용도·보조금·재송신 정책 등 혼선 우려
진통 끝에 출발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작부터 소관 업무를 놓고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두 부처는 업무 관할이 겹치거나 불분명한 부분에 대해 서로 협조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첫번째 시험대인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부터 주파수 배치나 보조금 단속 등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방통위는 18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래부와 원만한 협조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차질없는 정책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보고했지만 업무보고 전날 브리핑에서는 주파수 관리 주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방통위는 브리핑에서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 반납될 700㎒ 대역 유휴 주파수에 대해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에서 관리하도록 돼 있으며 이 부분 관리는 방통위에서 판단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곧바로 “방송용 주파수를 회수해서 통신용으로 바꾼다면 미래부,국무조정실과 같이 협의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가,통신용은 미래부가 각각 관리하고 신규·회수 주파수의 재배치는 국무총리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가 맡는다.
방통위는 작년 1월 전체회의에서 700㎒ 주파수 대역의 유휴 주파수 108㎒ 중 40㎒폭을 이동통신용으로 분배하기로 의결했다.
문제는 아직 용도가 결정되지 않는 채 오는 10월 회수되는 나머지 68㎒를 어떻게 처리할지다.이 주파수를 ‘회수 주파수’로 분류할지 아니면 여전히 ‘방송용 주파수’로 분류할지에 대해서는 방송업계와 통신업계,그리고 미래부와 방통위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방통위는 “700㎒대역 68폭은 여전히 방송용”이라며 이 주파수의 관리 주체가 방통위임을 은근히 강조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반면 미래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올해 12월까지 1㎓폭 이상의 신규 주파수 확보를 위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적극적으로 통신용 주파수를 늘릴 방침을 보고했다.문제의 700㎒대역 68㎒폭을 통신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두 부처는 이동통신사의 스마트폰 보조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규제 방침을 밝혀 이중규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부는 업무보고에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이통사의 보조금 차별 지급을 금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했다.
보조금 규제는 그동안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전기통신사업법의 이용자 차별 금지 조항을 토대로 이뤄져 규제 근거를 법률에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전기통신사업법은 미래부 소관 법률이다.
미래부는 이와 함께 과잉 보조금 지급에 대한 사후 규제를 강화하고 요금제와 단말기의 연계 판매를 제한하는 한편 과잉 보조금을 지급할 때 판매점·대리점을 직접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방통위 역시 업무 영역인 통신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보조금을 규제할 계획이어서 업무 중복이 불가피하다.
방통위는 업무보고에서 “보조금 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한편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거나 시장 과열을 주도한 사업자를 선별해 가중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두 부처는 전날 휴대전화의 제조와 유통을 분리할지 여부를 두고서도 입장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이날 취임 인사차 기자실을 찾아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이동통신서비스-단말기 유통은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같은 날 이상목 미래부 차관은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에서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유통금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을 놓고도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상파 방송사 중 어디까지를 유료방송 의무재송신 대상에 넣을지가 관건인데 지상파방송은 방통위,유료방송은 미래부로 관할이 나뉘면서 결론을 내기가 한층 복잡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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