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전하는 양경숙은

야권이 전하는 양경숙은

입력 2012-08-31 00:00
수정 2012-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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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성적이나 가까이 해선 안 될 사람 1만여명에 박지원 지지 문자 세례”

“야권의 중요 행사에는 꼭 참석할 정도로 열성적이지만 정치적으로 가까이 해선 안 될 사람으로 통했다.”

야권 인사들은 민주통합당 공천 헌금 의혹의 핵심 인물인 ‘라디오21’ 편성본부장 양경숙씨를 이같이 평가했다. 2002년 한화갑 당시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뒤 친노(친노무현) 성향 인터넷 방송인 라디오21을 운영하며 친노 인사들과 꾸준히 인연을 맺었지만, 친노는 물론 대부분의 야권 인사들에게 양씨는 ‘경계 대상’으로 찍혀 있었다. 공천 헌금 사건에 대해서도 “결국 이런 사고를 칠 줄 알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친노 인사는 30일 “합리성과 객관성이 없는데도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다녔다.”며 “좋은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야권 인사들이 피하는 사람이었는데도, 무슨 재주로 돈을 구했는지 지난해 라디오21 장비를 새로 구입한 것을 보고 참 능력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의아해하는 시선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양씨에 대해 “확실한 친노가 아니라 시류에 따라 움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씨의 공격적 성향도 회자됐다. 양씨는 지난 4월 총선 이전까지 박지원 원내대표의 지지자를 자처했지만 총선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서 박 원내대표를 맹렬하게 비난했고, 갑자기 태도를 바꿔 높이 평가하다가도 다시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1·15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 후보로 나섰던 한 인사는 양씨가 ‘최고위원 후보인 박 원내대표를 지지해 달라.’는 문자를 1만 4000여명의 대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뿌렸다고 밝혔다.

그는 “그 문자를 박지원 당시 후보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후보들에게까지 여러 차례 보내는 등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보여 우리끼리 농담조로 ‘X맨’이 아니냐는 얘기도 했다.”고 전했다. “모든 대의원들에게 한 번 문자를 보내려면 족히 수십만원은 들어가는데 도대체 무슨 돈이 있어 이렇게 문자를 뿌리는지 의아해했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공천헌금 의혹을 양씨 개인의 ‘사기극’으로 자체 결론을 내리고 검찰의 수사로부터 박 원내대표를 비호하고 있다. 우상호 최고위원은 “공천사건이라고 하면 우선 그 사람이 영향력을 미칠 위치에 있는지, 돈이 오갔는지, 실제로 공천이 됐는지가 충족돼야 하는데 양씨는 한마디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아니고, 돈이 오간 증거도 없으며 세 사람 모두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며 “100% 사기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2012-08-3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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