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분위기 일신…당내 소통에는 한계 노출
한나라당의 ‘홍준표호(號)’가 출항한 지 이번주로 한달 째를 맞이한다.
지난 4일 전당대회에서 집권 여당의 수장으로 선출된 홍 대표의 취임 일성은 ‘홍준표식 개혁’이었다.
그는 당선수락 연설에서 “한나라당이 참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홍준표식 개혁’을 시작하겠다”며 계파 타파와 당 선도론, 서민정책 강화를 내세웠다.
실제로 홍 대표는 취임 이후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첫 휴일인 10일에는 당 지도부-정책위원회 워크숍을 진행했고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야당 대표들을 찾았으며 13일에는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했다.
또 관훈클럽ㆍ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국정운영 구상을 펼쳐보이는 한편 노동계,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등을 찾아 관계개선을 시도했다.
중부권 집중호우로 수해가 발생하자 여름휴가도 반납한 채 서울과 충남 논산, 경기 연천ㆍ포천 등 수해지역에서 복구ㆍ지원 활동에 구슬땀을 흘리기도 했다.
홍 대표는 ‘당 선도론’에 맞춰 당정청 회동 방식을 바꿔놓았다.
기존의 당정청 ‘9인 회동’ 대신에 한나라당 사상 처음으로 여의도 당사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제도화했다.
친서민 정책에도 박차를 가했다. 대부업체 최고이자율 상한, 전월세 상한제, 반값 아파트 활성화,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등은 대표적인 홍준표식 ‘친서민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국민공모주 방식 매각을 제안,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홍 대표의 질풍노도식 행보를 놓고 새로운 정책 어젠다와 이슈로 정체된 한나라당의 새로운 질서 형성과 도약을 위한 ‘판 흔들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가 평소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척당불기(倜人+黨不羈ㆍ기개가 있고 뜻이 커서 다른 사람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음)’ 정신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 대표가 앞뒤 없이 가속페달만 밟고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직선적인 언변과 정책 독주에 대한 당내 불만도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 취임 이튿날부터 “계파활동을 하면 공천을 안 주겠다”는 발언으로 당내 분란을 자초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직 인선과 지명직 최고위원 선정을 둘러싼 지도부간 불협화음이다. 계파 타파를 외쳐놓고서는 오히려 계파 안배에 신경을 썼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게다가 친서민 정책을 당 정책위원회와 협의없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면서 원내지도부와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있다.
또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를 잘 모른다”면서 대통령의 정치ㆍ인사 스타일에 대해 각을 세워 청와대 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 대표는 뛰어난 어젠다 선점과 정치감각으로 당 분위기를 일신했지만 당내 소통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향후 ‘화합의 리더십’을 보완해야 하는 책무를 안게 됐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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