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자 민동필 이사장
“외국에 있는 뛰어난 한국 과학자들이 왜 국내에 돌아오려 하지 않는가.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곳에 세계 최고의 교수와 학생, 시설, 생활환경이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미국 보스턴이나 영국 케임브리지, 옥스퍼드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나요. 단지 방법의 문제일 뿐이죠.”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연합뉴스
연합뉴스
민 이사장은 최근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지난 연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학벨트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만 해도 자신의 오랜 꿈이 곧 실현된다는 사실에 감격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첫 단추인 입지 선정부터 꼬이면서 요즘 속이 말이 아니다. 은하도시의 당위성을 강조하던 과거 발언들이 이제는 정치권의 논리에 이용당하고 있는 판이니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
민 이사장은 14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입지 논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과학벨트특별법에서 입지 선정 절차를 모두 규정하고 있는데,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특정지역에 대한 호불호보다는 과학벨트가 성공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법적 절차에 맞춰 꼼꼼하게 따져 보는 것이 옳다.”면서 “과학벨트 조성은 고급 인력들이 과학을 매력적인 학문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우리의 여건을 바꾸자는 것인 만큼 실제 그곳에서 살고 연구할 과학자들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일이 과학자들의 힘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치권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민 이사장은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짧은 기간 내에 지역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는 공업단지처럼 받아들여지는 데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과학벨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응용과학 쪽에 치중해 왔기 때문에 기초과학을 육성해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면서 “전폭적인 지원은 과학자들의 연구와 생활 자체에 대한 것이지 지역에 대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1-02-15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