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참정권 되레 제약

장애인 참정권 되레 제약

입력 2010-03-15 00:00
수정 2010-03-1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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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법 시설기표소 관리규정 없고 점자공보 분량 제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애인의 선거권을 적극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새로 도입된 법 규정들이 오히려 장애인의 참정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 1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30명 이상의 장애인이 머무는 장애인생활시설에 의무적으로 기표소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의 투표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설된 조항이다. 2000년 대전의 한 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는 생활시설장이 마음대로 부재자신고를 하고 장애인들을 대신해 기표한 ‘대리투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개정법에는 기표소만 설치하도록 했지 정작 투표관리에 대한 규정은 없다. 후보자 쪽에서 원하면 한 명이 참관할 수 있다고 되어 있을 뿐, 공정한 선거를 위해 선관위 직원이나 위촉원 등 투표사무원이 직접 나와 투표를 관리한다는 내용은 빠져 있다. 이럴 경우 여전히 투표 관리는 시설장이나 보조교사 등 시설 종사자가 맡게 된다. 대리투표가 이뤄졌던 이전의 선거 환경과 다를 바 없다.

선관위 역시 이 점을 알면서도 인력과 예산 문제 등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개 이상의 동시선거가 실시될 때 한 투표소에는 투표사무원 11명 이상이 필요하다. 보건복지가족부가 2008년 말 집계한 현원 30명 이상 장애인생활시설은 전국 271곳으로, 2만 659명이 생활하고 있다.

점자 공보와 관련된 조항도 장애인들은 ‘개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원래 선거법은 ‘점자형 선거공보를 만들 때는 일반 책자형 선거공보에 게재된 내용과 동일하거나 줄여 작성해야 한다.’고만 규정했다. 분량에 대한 제약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이 조항이 ‘점자형 선거공보도 일반 책자형 선거공보와 똑같은 면수만큼 만들어야 한다.’고 개정됐다. 통상 일반 책자를 점자로 바꾸면 1.5배 정도 양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똑같은 분량일 때 점자 공보가 담는 정보의 양이 더 적을 수밖에 없다.

‘2010 지방선거 장애인연대’ 은종군 팀장은 “장애인도 당연히 똑같은 정보를 제공받고 지역의 현안 등을 모두 고려해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기본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10-03-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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