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안 닿는 방, 전기료 무서운 집… “젖은 수건으로 버텨”[불평등한 폭염]

바람 안 닿는 방, 전기료 무서운 집… “젖은 수건으로 버텨”[불평등한 폭염]

입력 2026-08-02 23:28
수정 2026-08-0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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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폭염, 그늘 없는 동네를 덮치다

기록적 폭염 속 쪽방·빌라촌 가보니

낡은 처마·빽빽한 건물이 가둔 열기
에어컨 등 냉방 지원 효과도 반감
경로당·골목에 내몰리는 어르신들
‘집수리 복지’는 지자체 8%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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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2일 서울 창신동 쪽방촌 골목 초입에서 주민들이 냉각 안개 아래 그늘에 의자를 옮겨 놓고 무더위를 견디고 있다. 박다운 기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2일 서울 창신동 쪽방촌 골목 초입에서 주민들이 냉각 안개 아래 그늘에 의자를 옮겨 놓고 무더위를 견디고 있다.
박다운 기자


“집에서는 에어컨 없이는 못 살 정도이지만 전기료 걱정에 잘 못 틀죠. 그러니 다들 경로당에 모여 더위를 피하고 있습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2일 오후 4시 서울 창신2동 노인정. 노인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집에 에어컨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월 30만원 조금 넘는 기초연금에 기대 생활하는 처지라 함부로 에어컨을 켜지 못한다. 창신2동에서 60년간 살고 있는 주우찬(78)씨는 “여름에 노인들이 함께 더위를 피할 곳은 노인정밖에 없다”고 말했다.

창신2동은 가파르고 좁은 오르막길 사이로 낡은 빌라가 빽빽하게 붙어 있다. 집 안의 열기를 피해 골목으로 나온 노인들은 낡은 의자에 앉아 연신 부채질을 했다. 이곳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돼 재개발이 추진 중이다.

창신동 쪽방촌에 들어서자 낡은 처마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각 안개 아래로 플라스틱 의자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설치한 에어컨은 찬 바람을 연신 내뿜는 중이었다. 하지만 한 층에 한 대씩 놓인 수준이라 구석 방의 열기까지 식히는 건 역부족이었다. 25년간 이곳에서 산 성주환(65)씨의 방문을 열자 뜨거운 공기가 얼굴에 와닿았다. 성씨는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방 안이 바깥보다 더 답답하고 덥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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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김복금(80)씨는 12평 남짓한 화곡동 빌라촌 집에서 민소매 차림에 젖은 수건을 목에 두른 채 더위를 견디고 있었다. 선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갔지만 실내 온도는 34도에 육박했다. 얇은 벽과 천장에선 열기가 느껴졌고, 양철 현관문은 맨손으로 잡기 어려울 만큼 달아오른 상태였다. 김씨는 “에어컨을 틀어도 시원해지는 데 한참 걸리니 아예 안 틀고 만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노후 주택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은 부족한 상태다. 서울신문이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살펴보니 노후 주택 기준 기간을 명시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집수리를 지원하는 조례는 20곳(8.2%)만 갖추고 있었다.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서울, 경기, 인천 등 6곳이고 기초지자체 중에선 경기 수원시, 포천시 등 14곳뿐이었다. 지자체 사업과 예산은 조례를 토대로 마련되는 만큼 관련 근거가 없으면 사업 추진과 예산 확보가 어렵다.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지원이 절실한 주민이 혜택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김은희 전 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장은 “노후 주택가의 상당수 시설들은 무허가 건축물이라 정부 지원 대신 시민단체 등 민간 후원으로 집수리가 진행된다”면서 “지원이 가장 절실한 가설건물 등 거주 주민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이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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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주거복지연대 센터장은 “집수리 이후 세입자가 밀려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수리 지원 전에 집주인에게 임대료를 올리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받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안심집수리 보조사업을 지원받는 임대주택에 4년간 임대료 동결과 세입자의 거주 기간 보장을 조건으로 두고 있다.
세줄 요약
  • 폭염 속 노후 주택 주민들 냉방 사각지대 노출
  • 전기료 부담에 에어컨 사용 꺼리는 어르신들
  • 집수리 복지 조례 전국 243곳 중 20곳뿐
2026-08-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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