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만물의 영장’ 아니다? 손은 침팬지가 더 발달
안녕하세요. 저는 제인 구달입니다. 올해 81세입니다. 지난해 11월에 한국을 찾았었는데 한 8개월 만인가요.침팬지의 알려지지 않은 생활상을 밝혀내 ‘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제인 구달 박사가 침팬지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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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 전공을 살려 침팬지와 사람에 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해요. 여러분은 침팬지와 사람 중 누구의 손이 더 진화된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손으로 작은 바늘구멍에 실을 꿰고, 피아노를 치고, 붓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유인원보다는 사람의 손이 더 진화됐다고 생각하시겠죠.
그런데 놀랍게도 미국 조지워싱턴대와 뉴욕 스토니브룩대 인류학과 학자들의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해부학적으로 사람의 손은 침팬지나 다른 유인원보다 더 원시적이라는군요. 이 연구 결과는 자연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라는 저널 16일자에도 실렸어요.
연구팀은 정교한 통계기법을 이용해 침팬지와 오랑우탄 같은 현생 유인원과 원숭이, 사람의 엄지와 다른 손가락 비율을 분석했대요. 그 비율을 갖고 멸종한 유인원과 초기 인류인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네안데르탈인, 200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의 비율과 비교해 손의 진화 과정을 추적했는데요. 그 결과, 침팬지와 인류의 공통 조상은 물론 그보다 훨씬 오래된 유인원의 조상도 현재 인류처럼 긴 엄지와 짧은 손가락을 갖고 있었대요.
사실 그동안 침팬지와 사람의 공통 조상의 손은 엄지가 짧고 손가락이 길었는데, 사람과 침팬지가 갈라지면서 사람은 도구를 사용하기 적절하게 엄지가 길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알려졌어요.
그런데 이번 연구는 그런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거예요. 도리어 침팬지의 짧은 엄지와 길다란 손가락이 나무 위에 살기 이상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사람은 원시적인 손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말이에요.
조지워싱턴대 세르지오 알메키아 교수는 “사람이 도구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도구 제작에 적당한 손 때문이 아니라 뇌가 커지고 진화하면서 계획하는 능력과 손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더군요.
사실 인류가 자연을 정복하고 파괴하는 것도 ‘사람은 다른 모든 동물들보다 가장 앞서 진화한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번 연구를 보면 사람이 침팬지보다 덜 진화한 부분도 있다는 것 아니겠어요. 사람들이 자연 앞에서 좀더 겸손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5-07-2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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