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
음란성 광고가 온·오프라인에 넘쳐나고 있다. ‘정론직필’을 추구하는 언론사들 역시 그들의 기생을 돕는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뿌리 뽑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아이건강국민연대 등 시민단체 11곳은 400여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지킴이 연합회’를 결성, 지난 6월부터 사이버 클린에 나섰다. 하지만 근절은 요원하다. 지난 24일 오후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을 만나 현장의 어려움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
-인터넷 사이트, 웹하드, 스마트폰 등 월별 모니터링 대상을 정해 음란물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수집한 불법·유해정보는 사이버 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에 고발한다.
→‘사이버 지킴이 연합회’ 회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대부분 평범한 학부모들이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도 있지만 일부다. 학부모들이 음란성 광고에 대해 가장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한 회원은 어느 날 초등학생 아들이 기사를 검색하다 비뇨기과 광고를 보고 “여긴 뭐하는 곳이야. 긴 밤을 지새우는 게 무슨 뜻이야.”라고 물어봐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고 한다. 이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모니터링 요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사이버 환경이 많이 오염된 상태인가.
-심각하다. 음란물 광고 척결에 나서야 할 언론사들이 오히려 비뇨기과 등 자극적인 광고를 올려놓고 있다. 이용자들이 비자발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공부하려고 기사를 읽으려 접속했다가 원치 않게 보는 경우가 많다. 언론사가 즉석만남 채팅 사이트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것도 상식적인지 되묻고 싶다.
→애로사항은 없나.
-아이건강국민연대 감시단이 10명인데 절반은 두 달도 못 버티고 나간다. 대부분 사명감으로 시작했다가 반복되는 음란물 모니터링으로 “대한민국 청소년 구하려다 내가 더 망가지겠다.”면서 그만둔다. 이에 비해 음란물 사이트, 예를 들면 ‘섹스XX’이라는 사이트는 주소(URL)가 100여개에 달한다. 우리가 적발해 URL을 막아도 나머지 99개 URL로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음란성 광고 근절을 위한 방안은 뭐가 있을까.
-정부가 사이버 클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동안 스마트 교육 등 정보산업 진흥에만 관심을 쏟았다. 시민단체와 함께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옳은지 끊임없이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언론사 홈페이지는 당장 음란성 광고를 없애고 아동·청소년의 학습을 위한 보다 안전한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2012-09-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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