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고 통하다
풍력터빈 ‘글로벌 1위’ 기업
헨릭 앤더슨 베스타스 대표
아태 지역본부 서울로 이전35년 동안 한국 다수 기업과 협력
조선·해저케이블 등 뛰어난 역량
한국 숙련 인력 양성·거점화 계획
미래엔 베스타스 공급망으로 확장국내 풍력터빈 생산시설 계획
정부 일관된 에너지 정책 땐 속도
매년 해상풍력 입찰, 시장에 확신
부유식 해상풍력 비용 절감 몰두
효율적 소비의 대안 ‘에너지 전환’“한국 정부는 해상풍력 발전과 관련해 어떤 나라도 이루지 못한 야심 찬 목표를 세웠습니다. 도전적이지만, 한국은 해상풍력에 적합한 뛰어난 제조 역량과 함께 경쟁력 높은 입지를 지녔습니다.” 헨릭 앤더슨 베스타스 윈드 시스템즈(이하 베스타스) 그룹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7일 “우리는 한국이 아시아·태평양(아태) 풍력산업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1위 풍력터빈 제조기업인 ‘베스타스’는 전 세계 88개국에 누적 풍력터빈 207GW를 설치했고 5만 6000기 이상의 풍력터빈을 유지·관리하고 있다. 앤더슨 대표는 2023년 싱가포르에 있던 베스타스의 아태 지역본부를 한국으로 이전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해상풍력 잠재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국내에 수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수많은 국가에서 해상풍력 도입기를 함께 한 그에게 한국의 ‘미래 에너지 전환’과 이 여정에 베스타스가 동행하는 이유 등을 서울 용산구 베스타스 한국 지사 사무실에서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홍윤기 기자
헨릭 앤더슨 베스타스 윈드 시스템즈(이하 베스타스) 그룹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베스타스 한국 지사 사무실에서 팔짱을 낀 채 미소 짓고 있다. 앤더슨 대표는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풍력산업 전체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산업 거점으로 자리 잡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홍윤기 기자
홍윤기 기자
-베스타스가 아태 지역본부를 서울로 이전한 이유는.
“아태 지역은 해상풍력 사업 추진을 위한 거점을 다수 보유했다. 입지와 산업 역량 측면에서 강점을 갖춘 한국이 아태 풍력산업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또 설립에 앞서 여야와 서울시청 관계자들을 만나 협업 방안 등을 논의했는데 우리 사업에 친화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으로 지역본부를 옮기는 사업적 이점도 많았다. 외국인 직원들의 원활한 비자 발급과 안정적인 거주·근무 여건 조성에도 유리할 것으로 봤다.”
-평소 한국의 풍력산업 시장을 유독 높이 평가했는데.
“베스타스는 35년간 한국을 풍력발전 산업의 공급망 내에 두고 다수 기업과 함께 해왔다. 대표적인 곳이 풍력 타워·하부구조물 제조기업인 씨에스(CS)윈드다. 구조물 공급은 물론 타워 설계 등 여러 분야서 협업한 지 25년이 넘었다. 한국은 조선·해양플랜트, 철강, 전력기기, 해저케이블 등 해상풍력 사업에 활용 가능한 뛰어난 제조 역량을 보유했다. 한국과의 협력은 굉장히 중요하다.”
-베스타스는 우리나라 풍력산업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나.
“베스타스는 한국에 매년 약 100~200㎿ 규모의 육상 풍력 설비를 새롭게 설치하고 있으며, 전남 신안우이 해상풍력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한국과의 단계별 협력 계획도 세웠다. 우선 한국 정부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뒤 교육센터를 신설해 숙련 인력을 양성할 것이다. 이후 한국의 대표 중공업 기업과 협력해 풍력산업 공급망을 강화한 뒤 한국 내 생산 시설을 아태 지역으로 연결하면서 한국을 거점화할 생각이다. 나아가 이를 베스타스의 글로벌 공급망으로 확장하는 것이 장기적인 구상이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자급은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자체적인 에너지 수급 체계에서 그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국내에는 외국산 설비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풍력발전 사업에 막 뛰어든 국가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다. 공급망 국산화와 글로벌 회사를 통한 조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 한다. 다만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다. 베스타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서 기술을 구현하거나 실적을 내면, 이를 바탕으로 자체 역량을 키우는 한국 기업들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이들 한국 기업의 역량이 실제 국산화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관건은 한국 기업들이 다수 프로젝트에서 경험을 쌓은 뒤 경쟁력 확보를 위한 후속 노력을 하느냐다. 여기에는 정부의 신뢰 및 지원도 필수다.”
-우리나라에 대규모 투자로 풍력터빈 핵심 부품 생산시설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2023년에 발표했었는데 유효한가.
“해외에 생산시설을 구축하려면 통상 수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 투자 역시 이런 계획 단계다. 실제 투자 규모와 시기를 확정하려면 향후 수주 물량이 지속 확보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예측이 필요하다. 수주 전망이 구체화하면 투자 계획도 본격 가시화할 것이다. 만일 (정권 교체 등에도) 일관된 에너지 정책 하에 풍력발전 사업의 예측 가능성이 제고된다면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2035년까지 55GW 규모 해상풍력 경쟁입찰 추진안을 내놓는 등 해상풍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년이란 기간 내에 55GW 풍력 설비를 구축해 낸 국가는 아직 없다. 한국 정부의 목표와 정책은 긍정적이고 야심 차다. 한국 정부는 2023년부터 매년 해상풍력 입찰을 실시하며 시장에 대한 확신도 심어주고 있다. 이런 의지와 리더십을 갖춘 대통령이 있다는 것도 한국의 큰 강점이다. 주변국들이 유사한 정책 목표를 두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다만 이를 산업계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 달성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해상풍력 개발사들이 사업 인허가 절차 등을 밟는 데에만 통상 6~10년이 걸린다. 해당 입찰 참여에 앞서 입지 여건과 접근성, 변전소 등 전력 인프라 현황을 검토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와 관련해 베스타스는 세계적으로 검증된 기술과 실적을 보유했다. 한국의 목표 실현을 돕겠다.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풍력산업 전체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산업 거점으로 자리 잡도록 함께하겠다.”
-글로벌 풍력터빈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세를 펼치고 있다. 베스타스의 전략은.
“풍력터빈의 대형화, 디지털 운영 및 유지·보수, 공급망 현지화 등 다양한 경쟁력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육상풍력 분야에서는 바람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해 발전율을 높이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해상풍력 분야에서는 고정식보다 설치 비용이 두 배 이상 드는 부유식 해상풍력의 비용 절감에 몰두하고 있다. 각국이 에너지 자립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고정식만으로는 해상풍력 확대에 한계가 있다. 깊은 수심의 해저에도 설치 가능한 부유식 기술의 경제성 확보가 중요하다.”
-에너지 전문가로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다.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소비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이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시스템을 우선시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등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전기화가 그 일례다. 탄소 중립은 당장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지만, 포기해선 안 될 가치가 됐다. 에너지 전환은 이 모든 걸 이뤄낼 다양한 대안 중 하나다.”
27일 서울 용산구 덴마크 풍력터빈업체 베스타스 헨릭 앤더슨 회장 인터뷰. 2026.10.27 홍윤기 기자
■ 헨릭 앤더슨 대표는
2019년 8월 베스타스 그룹 대표이사 겸 CEO로 취임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에서 법학을, 오르후스 경영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했다. 1986년 덴마크의 위스케 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한 뒤 2000년 글로벌 시설·관리 기업 ISS 그룹에 합류해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지냈다. 이후 2016년 글로벌 페인트·코팅기업 헴펠 그룹의 회장 겸 CEO를 거쳐 베스타스를 이끌고 있다.
■ 베스타스는
1898년 덴마크 서부의 작은 마을인 렘의 대장간에서 출발했다. 당초 산업용 철강 제품, 농기계 등을 생산했다. 1973년 석유파동을 겪으며 대안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했고 이후 재생에너지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1979년 30kW 용량의 첫 풍력터빈을 판매·설치하면서 풍력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기술적 시행착오와 경영난도 맞닥뜨렸지만,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풍력터빈 분야에서 세계 1위(누적 설치 실적 기준) 업체로 거듭났다.
세줄 요약
- 베스타스, 한국을 아태 풍력 거점으로 평가
- 서울로 지역본부 이전, 수억달러 투자 검토
- 정부 정책 일관성·입찰 확대가 투자 관건
2026-11-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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