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타임머신을 탄 기분입니다” 지난해 서울 마포노인종합복지관이 실시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시험감독관으로 일한 김경숙(65·여)씨는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일본 등을 오가며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해 온 그는 2012년 귀국한 뒤 일자리를 알아봤으나 여자와 고령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 지난해 2월 언니의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마포복지관에 지원서를 내 시험감독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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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씨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공무원 채용 등 각종 시험을 감독하는 시험감독관은 주로 토, 일요일에 2~4시간 활동한다. 정 감독관은 7만원, 부 감독관은 5만원이 손에 쥐어진다. 그는 지난해 시험감독관으로 4차례 활동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위력은 대단했다. 일이 없을 때에는 오늘은 어떻게 24시간을 보내야 할지 걱정이었으나 그런 고민이 사라졌다.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고 불러주는 곳이 있다는 생각이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동창 모임에 나오라고 해 ‘못 나가. 시험감독해야 돼’라고 답하자 친구들은 경악(?)하며 ‘왜 그렇게 좋은 일을 혼자만 하느냐’는 시샘과 부러움을 동시에 보냈다. 시험감독관이 가져다 준 가장 큰 선물은 그에게 젊은 시절의 도전정신을 되찾게 해준 것. 시험감독을 하다 보면 혈기왕성하던 학창시절이 생각나 은연 중 세상 속으로 밀고 들어갈 수 있는 용기와 기운이 생기게 됐다. 시험감독관이 인연이 돼 30년 전 업무 파트너와 소식이 닿아 통역을 하러 유럽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올해에도 ‘행운의 타임머신’을 타기 위해 노인일자리 사업을 신청했다.
stslim@seoul.co.kr
2014-03-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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