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사랑잇기] (3부)독거노인 복지제도 ④ SK증권 ‘사랑의 콜센터’

[독거노인 사랑잇기] (3부)독거노인 복지제도 ④ SK증권 ‘사랑의 콜센터’

입력 2011-10-03 00:00
수정 2011-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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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두번씩 전화해 위로해 주니 혼자라는 생각 안들어”

SK증권 고객행복센터 김현영(35·여) 상담원은 3개월 전 새 ‘친구’가 생겼다. 1주일에 평균 두차례씩 전화를 걸 정도로 ‘절친’이 됐다. 친구는 김씨보다 나이가 두 배 많은 곽봉욱(74·가명)씨. SK증권이 지난 7월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에 동참하면서 곽씨 연락처를 건네받았고,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고객 상담 업무를 하기 때문에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처음 전화를 걸 때는 사실 정말 어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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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 고객행복센터 김현영(왼쪽) 상담원이 독거노인 곽봉욱씨의 집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상담원은 SK증권이 보건복지부의 ‘독거노인 사랑 잇기’ 캠페인에 동참한 지난 7월부터 곽씨에게 ‘사랑의 전화’를 걸고 있다. SK증권 제공
SK증권 고객행복센터 김현영(왼쪽) 상담원이 독거노인 곽봉욱씨의 집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상담원은 SK증권이 보건복지부의 ‘독거노인 사랑 잇기’ 캠페인에 동참한 지난 7월부터 곽씨에게 ‘사랑의 전화’를 걸고 있다.
SK증권 제공


곽씨는 처음 김씨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 스팸 전화가 좀 많이 오나…. 모르는 번호가 뜨기에 무시했지.” 김씨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전화를 걸었고, 마침내 통화가 이뤄졌다.

●“전화받을 때가 가장 행복”

상담원 업무를 하는 김씨지만 ‘숫기’가 참 없다는 게 지인들의 평가다. 김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진심을 담은 채 “앞으로 계속 전화드릴 건데 괜찮겠어요?”라고 물었다. 곽씨 역시 김씨와 비슷한 또래의 딸이 있는 덕에 친밀감을 느꼈다.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말벗이 없어 적적하던 차라 흔쾌히 승낙했다. 하지만 김씨가 계속 전화를 할 것이라고는 당시만 해도 그리 믿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곽씨가 또 전화를 받지 않을까 걱정된 나머지 “제 번호를 저장해두세요.”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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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도 아픈데 어딜 그렇게 다니세요.” “덥다고 찬 것 많이 드시면 배탈 나니 조심해야 해요.”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는데 피해는 없었어요?” “진지는 드셨죠?” 두 사람의 통화는 5분 남짓.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데는 충분하다.

곽씨는 김씨 전화를 받을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했다. 전화를 못 받을까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진동이 아닌 벨 소리로 설정해 놓는다. 벨이 3번 울리기 전에 받는다고 한다. 곽씨는 “요즘은 자식도 부모에게 이렇게 자주 전화하지 않는다.”며 “젊은이와 이야기하면 하루를 시작할 때 힘이 나고 기분도 상쾌해진다.”고 말했다. “김씨가 잔소리처럼 위로해 주고 걱정도 해 주니 이제 혼자라는 생각이 안 들어.”

김씨는 집중호우가 한창 쏟아지던 지난 7월 말 경기 하남시 곽씨의 집을 직접 찾았다. “곽씨가 갑자기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김씨 걱정에 회사가 특별 휴가를 준 것. SK증권은 상담원과 연락하는 독거노인이 일정기간 이상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직접 찾아가도록 권유하고 있다.

김씨는 곽씨를 처음 만났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한다. 곽씨가 사는 곳은 도로변에 있는 한 조립식 가건물이었다. 화장실도 없어 이동식 공중화장실을 써야 했다. 여름에는 푹푹 찌고, 겨울에는 살을 에는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열악한 곳이었다.

곽씨는 15년 전까지만 해도 어엿한 ‘사장님’이었다. 가구공장 하도급 일을 했지만 회사가 부도나면서 독거 생활을 시작했다. 가족이라고는 김씨 또래인 딸이 있지만 출가해 곁을 떠났다. 지금은 폐지를 주우며 근근이 생활해 가고 있다.

“하지만 얼굴에 전혀 어두운 구석이 없었어요. 집도 얼마나 깨끗하게 관리하시는데요. 6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젊게 보이세요.”

곽씨는 “목소리처럼 얼굴도 예쁘다.”며 김씨를 칭찬하기 바빴고, 김씨는 곽씨 어깨를 주무르며 그를 짓누르고 있는 삶의 무게를 덜어 주었다. 곽씨와 김씨는 모녀와 다름없는 관계가 됐다. 지난달 김씨와 곽씨가 2주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김씨가 전화를 걸었는데 곽씨가 놓친 것이다. 곽씨는 김씨가 걱정할 것을 염려해 SK증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했다. “난 잘 있으니 전혀 걱정하지 말고…. 또 바쁜 시간 짬 내서 올까봐 걱정이 됐어.”

김씨처럼 독거노인과 연락하며 지내는 SK증권 상담원은 총 20여명. 독거노인 종합지원센터에서 연락처를 건네받아 각각 한 사람씩 ‘인연’을 맺었다. 수도권뿐 아니라 대전과 대구, 울산에 있는 독거노인에게 1주일에 2~3차례씩 꼬박꼬박 안부전화를 한다.

●행복나눔 CMA 등 사회공헌 다양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활용해 여름철 건강관리 요령이나 녹내장·백내장 예방법을 설명하기도 한다. 저렴하게 쌀을 구입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전기요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도 소개하고 있다.

SK증권은 ‘사랑의 콜센터’ 외에도 ‘사랑의 도시락 나누기’ ‘노숙자 무료급식’ ‘청소년 경제교실’ 등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임직원들의 자투리 급여를 모아 사회공헌펀드를 운용하고 있고, 최근에는 수익과 사회공헌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행복나눔 CMA’를 출시했다.

‘행복나눔 CMA’는 장애인재단과 노인복지협회, 아동구호단체 등 고객이 지정하는 단체로 CMA계좌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연 0.1% 포인트)를 고객 명의로 자동 기부하는 상품이다. CMA계좌에 1000만원을 예금할 경우 한 해에 1만원을 기부하게 되는 셈이다. ‘행복나눔 CMA’는 개설과 동시에 SK증권 부담으로 0.1%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제공되기 때문에 고객의 수익에는 손실이 없다. 김영태 SK㈜ 사장이 1호로 상품에 가입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11-10-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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