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로 코트라 싱가포르 무역관장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세계 최고가 되자’처럼 못 지켜도 그만인 선언적 구호는 잘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들의 역량과 한계를 냉정하게 파악한 뒤 그 테두리에서 ‘무리하거나 요행에 기대지 않고도 해낼 수 있는’ 현실적 목표를 정해 10년 이상 꾸준히 정책을 시행합니다. 어찌 보면 그런 ‘단순함과 꾸준함’이 쌓여 오늘날의 싱가포르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합니다.”윤희로 코트라 싱가포르 무역관장
싱가포르에서 만난 윤희로 코트라 싱가포르무역관장은 싱가포르 성공의 원동력을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서 찾았다. 서울보다 약간 큰 면적에 인구 530만명에 불과한 소국이 세계적 경제 강국에 올라선 이면에는 전 세계 자본과 기술을 싱가포르로 불러 모으는 ‘허브 전략’이 있다. 이들 전략은 대부분 오랜 기간에 걸쳐 계획을 수립해 ‘현실 가능한 로드맵’하에 10년 이상 추진해 온 것들이다. ‘하면 된다’는 식으로 다소 무리한 목표를 세워 단기간에 자본과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성과를 보려는 우리와는 방식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싱가포르 정부의 정책들이 다 탁월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결국에는 성과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관장은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아시아 금융허브’(서울 여의도, 부산 문현동) 전략이나 ‘수쿠크법’(이슬람 채권법)을 통한 이슬람 금융 허브 전략 등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목표가 큰 것도 좋지만 우리나라의 역량을 감안해 과연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인지도 냉정히 따져 봐야 한다”면서 “우리보다 금융 강국인 싱가포르도 현재 ‘동남아 지역의 위안화 허브’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목표를 비전으로 삼고 있다. 우리도 현실적인 면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글 사진 싱가포르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3-08-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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