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4>야동의 경제학] 피해자들 고통에 기생하는 이들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 속에 기생하는 이들이 있다. 성관계 등 사적인 모습이 담긴 피해자 영상물 속에 심지어 중간 광고까지 끼워 넣으며 손님을 끈다. 음란사이트의 스폰서인 광고주다. 점점 비즈니스 형태로 자리잡는 디지털 성범죄를 구조적으로 근절하려면 돈줄부터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울신문이 입수한 형사정책연구원(형사연)의 ‘온라인 성폭력 범죄의 변화에 따른 처벌 및 규제 방안’ 연구보고서에서는 불법 성인사이트와 광고주들의 추한 카르텔이 고스란히 담겼다. 피해 촬영물 650건을 분석한 결과 이 중 광고가 포함된 경우는 250건(38.5%)에 달했다. 특히 동영상 촬영물은 절반 가까이에서 광고가 발견됐다.
비슷한 통계는 피해자 상담사례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상담을 요청한 피해자들의 촬영물 254건 중 56건(22%)에 광고가 달렸다. 광고 종류는 성매매가 45개(이하 중복 집계 80.4%), 불법 도박이 28개(50%), 불법 약물 광고가 20개(35.7%)였다. 업자들은 그렇게 타인이 지우고 싶어 하는 기록 안에 기생하며 이익을 챙겼다.
전문가들은 불법의 공생관계부터 끊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사기관이 더 분명한 의지를 갖고 광고주는 물론 광고 중개인까지 찾아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 촬영물, 아동·청소년 음란물 등이 발견된 불법 음란사이트에 배너 광고를 하면 ‘음란물 방조’ 혐의가 적용돼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불법 촬영물에 광고를 이어 붙이는 행위 역시 최소 음란물 방조 혐의의 적용이 가능하다. 광고를 삽입 후 직접 뿌렸다면 방조범이 아닌 정범이 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이용촬영죄가 성립돼 형량도 높아진다. 해당 촬영물이 아동 음란물인 경우는 최대 징역 10년인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 적용될 수 있다. 최근 경찰은 불법 성인사이트에 광고 수익을 제공하는 업체들의 사업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칼을 빼들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주로 불법사이트 운영자를 쫓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돈줄 노릇을 하는 광고주와 중개인에 대한 단속도 이어 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2019-01-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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