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자사고 폐지… 고? 스톱?

2025년 자사고 폐지… 고? 스톱?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1-03-25 20:52
수정 2021-03-26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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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언저리 기자의 교육이야기] 자사고 폐지 불복 소송 잇단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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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법원이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자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 앞에서 김재윤(왼쪽) 세화고 교장과 고진영 배재고 교장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서울신문 DB
지난 2월 법원이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자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 앞에서 김재윤(왼쪽) 세화고 교장과 고진영 배재고 교장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서울신문 DB
문재인 정부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학교들이 세 번째 잇따라 승소하면서 2025년 자사고 폐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3일 학교법인 동방문화학원·신일학원이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숭문·신일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2019년 서울시교육청은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 서울 자사고를 운영 성과평가 점수 미달을 이유로 지정 취소를 결정하고 교육부가 이를 승인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고가 소송에 승리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데 이어 2월 세화·배재고에 이번에 숭문·신일고까지 사법부는 모조리 자사고의 손을 들어줬다.

현 교육 당국이 항소를 감행하면서 자사고 폐지에 매달리는 것은 자사고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개가 넘는 자율형사립고를 허가해 일반고를 무력화하고 고교교육의 서열화를 악화시킨 일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양한 교육수요를 수용하겠다며 2010년 전국 100여개의 자사고를 지정했고 이 가운데 서울에 22개교가 있다. 자사고생은 올해부터 무상교육이 된 공립고등학교와는 달리 연간 140만원의 3배까지 허용되는 등록금을 내야 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세화·배재고 판결에 항소하며 고교 교육 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번 2차 패소에 대해서도 항소할 계획인 조 교육감은 거문고 줄을 다시 동여맨다는 뜻의 ‘해현경장’(解弦更張)의 마음으로 한 발 더 나아간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2번의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자사고 지정취소에 아무런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자사고가 고교서열화 문제의 원인이란 것이 조 교육감의 입장이다. 그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개혁은 쉽지만, 만들어진 것을 없애는 개혁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통절하게 느낀다”면서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대학 서열화가 확고한 마당에 고교서열화부터 없애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학입시를 고교입시로 앞당긴 것을 다시 3년 뒤로 옮기는 정도의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강남 8학군의 입시실적이 좋은 고등학교로 쏠리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대학 서열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자사고와 외고가 없어진다고 해서 교육열은 사라지지 않고 사교육이 발달한 대치동, 목동, 중계동 등 학군지에 대한 수요만 더 높아질 뿐이란 것이다.

자사고 폐지가 고교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지만, 일반고의 교육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는 자사고마저 사라지면 공부 환경이 황폐화될 것이란 암울한 예상도 터져 나온다. 특히 지방의 명문 자사고는 공공기관 이전 이상의 인구 분산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도 자사고 취소 소송에서 번번이 지는 마당에 정권도 바뀌는 2025년에 자사고와 외고가 폐지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훨씬 강하다. 한 자사고 교장은 학교 설명회 자리에서 “자사고 폐지는 민주공화국에서 맘대로 못 한다”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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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2021-03-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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