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차이나 리포트] <2부> 2010 중국인을 말한다 ④ 신농촌 건설사업

[新 차이나 리포트] <2부> 2010 중국인을 말한다 ④ 신농촌 건설사업

입력 2010-07-13 00:00
수정 2010-07-1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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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운동 벤치마킹… 脫농촌 막는다

중국의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후진타오 지도부의 ‘신농촌 건설’ 추진으로 점차 많은 농민들이 개선된 환경에서 살고는 있지만 도농간 소득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등 신농촌 건설은 미완의 과제다. 여전히 농촌 호적을 갖고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탈바꿈하고 있는 농촌에서, 혹은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중국인들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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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 장추시 샹가오촌의 잘 지어진 주택(왼쪽)과 톈진시 닝허현에 사는 한춘펑의 미소(가운데)를 통해 ‘신농촌 건설’이 가져온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샹가오촌의 현대식 어린이집에서는 개선된 교육 여건이 농촌 인구 유출을 막는 열쇠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장추·톈진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중국 산둥성 장추시 샹가오촌의 잘 지어진 주택(왼쪽)과 톈진시 닝허현에 사는 한춘펑의 미소(가운데)를 통해 ‘신농촌 건설’이 가져온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샹가오촌의 현대식 어린이집에서는 개선된 교육 여건이 농촌 인구 유출을 막는 열쇠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장추·톈진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중국 톈진(天津)시 닝허(寧河)현에 사는 한춘펑(韓春風·50)은 들어서자마자 후텁지근함이 느껴지는 토마토 비닐하우스 안에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지난해 이 마을 1인당 연간 수입은 2만 2000위안, 우리 돈으로 400만원이 안 되는 돈이지만 2008년 이전의 8000위안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2008년에는 올림픽 경기를 보기 위해 난생 처음 베이징에 갔고, 지난해에는 만리장성도 보고 왔다.

한씨가 사는 곳은 75가구 281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1980년대 약재를 키우고 가공하던 이곳은 2008년부터 신농촌 건설 운동을 시작하면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다. 저수지를 민물고기 양식장으로 만들어 2013년부터 마을 전체를 관광 지역으로 만드는 게 주민들의 목표다. 이 마을의 류쥔스(劉俊仕) 당서기는 “위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회의를 통해 결정해 나간다.”면서 “한달에 한번씩 하는 회의에 아이들을 포함해 180명 정도가 참석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산둥성 장추(章丘)시의 샹가오(向高)촌은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인 신농촌 건설을 추진하기 이전인 1990년대부터 공장 유치를 통해 마을 소득을 높여왔다. 692가구 2558명이 살고 있으며 1인당 연평균 수입은 9600위안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주민들만 따지면 1인당 연평균 소득은 2만 6000위안에 달한다.

5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 쉬자오둥(徐兆東·47)은 “공장에 다니고 있지만 땅도 4무(畝·1무는 약 667㎡) 정도 있어서 농사도 짓고 있다.”면서 “아내와 함께 1년에 4만위안(720만원) 정도 번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주택들은 90% 정도가 아파트나 새로 지은 일반 주택이고, 10% 정도만 옛날 시골집이다.

샹가오촌이 자랑하는 것은 어린이집. 20·30대 젊은층 자녀들에게 도시에 뒤지지 않는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150만위안을 투자해 만들었고, 이제는 인근 마을에서 찾아올 정도가 됐다. 4살짜리 아이를 이곳에 보내고 있는 궈루이훙(郭瑞紅·27)은 “7년 전 이곳에 시집 왔을 때와 비교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특히 어린이집은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2004년에는 50만위안을 투자해 컴퓨터실, 당구대, 영화 상영관 등이 마련된 문화 회관을 만들었다. 마을 한가운데 마련된 야외 무대에는 1년에 7~8회 공연이 열린다. 마을 당서기 겅광룽(耿廣榮)은 “수입이 높고 문화와 복지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에 젊은이의 85%가 도시로 떠나지 않고 있다.”고 자랑했다. 자오리위안(趙立元) 장추시 부시장은 이 마을에 대해 “국가 정책과 주민들의 단합이 잘 조화된 곳”이라고 평가했다.

지난(濟南)시 53개 특색촌 가운데 한 곳인 아이자(艾家)촌은 벼, 보리 등 식량 작물은 전혀 기르지 않고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경제 작물만 재배하고 있다. 중국 농업부가 지정한 친환경 농업마을이다. 생태 농업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04년부터는 일반 가정에서는 물론 가로등까지 모두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다.

아이촨민(艾傳民·55) 마을 당서기는 이곳에서 생산한 부사 사과를 내와 껍질째 먹어 보라고 권했다. 그는 “한국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이곳에 땅을 빌려서 거기서 나는 농산물을 가져다 먹는다.”고 귀띔했다.

2003년 이후 수많은 상을 받은 신농촌 건설 ‘모범 사례’로 꼽히는 만큼 관광객도 제법 찾는다. 리펑(李風·31)은 6개월 전 관광객을 겨냥해 식당을 차렸고, 가오지순(高吉順·41)은 농가체험 프로그램인 팜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매년 300~500명 정도가 우리집을 찾는다.”면서 “1인당 30~50위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단위당 소득이 높은 앵두를 키우고 있어서 연간 소득은 6만~8만위안 정도라고 했다. 가오씨처럼 팜스테이를 운영하는 집은 전체 110가구 가운데 15가구다. 아직 자동차를 갖고 있는 집은 많지 않다. 하지만 오토바이, 케이블 TV, 상수도 보급률은 100%이다. 가장이 40세 이하인 가구가 30% 정도로 최근 몇 년 간 대학교 진학 목적이 아닌 직장을 구하기 위해 마을을 떠난 경우는 딱 한 사람밖에 없다고 한다.

톈진·장추·지난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10-07-1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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