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휘청거리는 中 자동차 시장
中 자동차 판매 30여년 만에 첫 감소미중 무역전쟁에 中 경기둔화 직격탄
전기차로 전환·차량공유 확대도 원인
중국 베이징현대 베이징 1공장에서 출고를 기다리는 신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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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는 중국 자동차 시장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생활이 팍팍해질 것을 우려한 중국인들이 좀체로 닫힌 지갑을 열지 않는 까닭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날)가 있는 중국의 1~2월 자동차 신차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한 385만대를 기록했다. 승용차 판매량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나 줄어든 324만대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2.8% 감소한 2808만대에 머물렀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세를 나타낸 것은 1990년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 신차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는데 올 들어 판매 부진의 골이 더욱 깊어진 것이다. 미국 포드와 중국 창안(長安)자동차 합작사인 창안포드오토모빌은 1~2월 신차 판매가 전년보다 75%나 곧두박질친 2만 1535대로 급감했다. 포드의 지난해 중국 판매는 전년보다 37% 감소했고 미 제너럴모터스(GM)와 독일 폭스바겐도 각각 10%와 2% 줄어드는 등 중국 시장이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무덤’으로 추락하는 형국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중국 상황도 엄중하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6일 중국 베이징 1공장의 가동 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기아자동차도 장쑤(江蘇)성 옌청(鹽城) 1공장의 가동중단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는 생산효율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옌청 1공장의 가동중단 포함한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아차 역시 판매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생산시설의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며 “만약 옌청 1공장의 가동 중단이 확정될 경우 그 시기는 현대차 베이징 1공장이 문을 닫는 5월 이후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옌청 1공장은 기아차가 2002년 중국 둥펑(東風)자동차, 위에다(熱達)그룹과 합작으로 둥펑위에다기아(東風熱達起亞)를 설립하면서 세웠다. 둥펑위에다기아는 옌청에 3곳의 공장을 두고 있다. 옌청 1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0만대 안팎이고 1~3공장을 합치면 연간 90만대 안팎을 생산할 수 있다.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중국에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옌청 공장의 가동률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37만대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의 중국 법인인 베이징현대차는 앞서 베이징 1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확정했다. 중국에서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한때 GM과 폭스바겐에 이어 점유율 3위까지 오르며 기세를 올렸던 현대차는 사드 보복 등의 영향으로 2017년 판매량이 78만 5000대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79만대 수준에 그쳤다. 베이징현대 외에 일본 소형차 제조업체 스즈키는 지난해 9월 중국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스즈키는 중국 시장 경쟁이 치열해 외국계 자동차 업체들이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소형차를 선호하지 않는 중국인들의 구매 취향을 반영해 중국에서 철수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창안포드는 직원의 10%인 2000여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고 GM 등도 중국 공장 생산 축소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차지하며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자동차 판매가 급락세로 꺾인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6% 증가를 보이며 안정적 상승 기조를 이어 갔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미국과의 무역전쟁 본격화, 증시 폭락 등 갖은 악재가 잇따라 터지며 자동차 판매가 급감세로 돌변했다. 중국 정부의 취득세 인하 조치가 만기되고 내수 소비심리도 침체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것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휘발유 승용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접어든 점도 판매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2월 판매량 가운데 중국 정부의 소비 진작 효과를 본 전기차 등 친환경에너지 자동차 판매는 53.6% 폭증했다. 반면 중국 대도시 신차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중소 도시는 경기 둔화에 수요가 약화세가 뚜렷하다. 차량공유시장과 중고차 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도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
위기감을 느낀 중국 정부는 자동차산업을 살리기 위해 두팔을 걷고 나섰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등 10개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지난 1월 말 자동차 구매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소비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자동차 구매보조금 정책을 도입하는 한편 낡은 경유차 등 노후 차량을 폐차하고 새 차를 사거나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에너지 차량을 구매하는 이들에게 각 지방정부가 해당 지역의 사정에 맞는 ‘적당한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별개로 농촌 지역은 3륜 자동차를 폐차하고 3.5t 이하 화물차나 배기량 1.6ℓ 이하의 승용차를 구입하는 주민에게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당근도 역부족이다. 이에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자동차시장 정책을 일곱 차례에 걸쳐 언급했다. 리 총리는 자동차시장 개방 확대와 친환경에너지차 산업 발전 지원·구매세 감면 연장, 제조업·교통운수업 세수 부담 감면, 자동차 소비 촉진책, 자동차 수입 관세 인하 등을 거론하며 ‘자동차시장 살리기’를 강조했다.
그렇지만 소비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올해 중국 신차 판매량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하락할 것으로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신차 판매량 하락은 중국 토종 브랜드에 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창안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순익이 7억~7억 5000만 위안(약 1182억~1265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같은 기간보다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둔화에 따른 판매량 저조와 순이익 하락 등으로 창안자동차를 비롯해 화천(華晨)자동차, 베이징자동차 주가는 지난해 반 토막 났다. 올 한 해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 대규모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등이 예상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으로 발돋움했지만 기술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중국제조 2025’ 정책을 앞세워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으나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세계 최대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수준에 도달하려면 높은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업체들이 중국 탈출 조짐을 보이는 만큼 중국 자동차시장은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2019-03-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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