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서, 택시에서, 한옥에서 문화를 읽는다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코앞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곳곳에서 연일 입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설명회장은 찜통더위에도 발 디딜 틈이 없다. 교육열이 남다른 우리나라의 입시 풍경이다. 하지만 교육열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놀라운 나라치고 우리나라처럼 독서에 인색한 곳도 드물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1인당 연간 독서량은 약 10권으로, 4년 전보다 두 권이 줄었다.서울숲공원의 중앙에 비치한 ‘책수레’에서 시민들이 책을 골라 보고 있다. 관리자도 없고 독촉 전화도 하지 않지만 회수율이 85%를 웃도는 ‘양심 책수레’다.
서울 성동구청 앞에 설치된 공중전화부스를 개조한 무인 도서관.
성신여자대학교 수정캠퍼스 중앙도서관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 안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로 단장했다.
서울시의 ‘숲속 작은 도서관’은 더위를 식히며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야외 도서관이다. 시민들이 자주 찾는 서울숲공원, 월드컵공원, 남산공원 등 20개 공원 곳곳에 작은 도서관과 무인 책장들이 설치돼 있다. 그중 서울숲공원의 ‘책수레’가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주말마다 사람들 왕래가 잦은 공원 중앙에 책 1000여권을 담은 책 수레를 비치해 놓고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돌려 놓도록 했다. 서울숲사랑모임의 김경현씨는 “관리자도 없고 독촉 전화도 하지 않지만 회수율이 85%를 웃도는 ‘양심 책수레’”라고 말했다.
책수레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공원을 찾는 지역 주민들의 발길도 늘어났다. 공원에 매주 온다는 최승윤(서울 성동구)씨는 “시원한 그늘, 새와 풀벌레 소리가 있는 공원은 책을 읽는 데 최적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은 도서관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컨테이너로 만든 이동식 도서관, 한강공원에서 만나는 전기차 책방, 공중전화 부스를 개조한 무인 도서관, 버스정류장에 설치한 작은 책방까지…. 장상태(서울 송파구)씨는 “더 이상 버스를 기다리는 게 지루하지 않다”며 “책을 읽으며 여유로움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책 읽는 택시’를 탄 승객이 스마트폰으로 EBS FM(104.5㎒) ‘책 읽어 주는 라디오’를 듣고 있다.
전기차를 개조해 만든 이동식 책방인 한강열린책방.
경기도 안산의 관산도서관은 전국 최초로 도서관 내에 ‘한옥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구청들도 청사 안에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을 앞다퉈 만들며 구청 문턱 낮추기에 나섰다. 대다수의 서울시내 구청들은 전망이 좋은 꼭대기 층에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민원실 앞에는 대기 시간 등에 읽을 수 있도록 어린이 도서에서 교양·전문 서적까지 다양한 장르의 도서들을 비치했다. 서여경(서울 용산구)씨는 “집에서 가깝고 커피값도 저렴해 자주 온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책 읽는 택시’는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책과 접할 수 있도록 마련한 이색 프로그램이다. 금미경 송파구 독서문화팀장은 “택시 안에서 운전사와 승객이 함께 EBS FM(104.5㎒) ‘책 읽어 주는 라디오’를 듣도록 해 책 즐기기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숲 공원의 중앙에 비치한 ‘책수레’에서 시민들이 책을 골라 보고 있다. 관리자도 없고 독촉 전화도 하지 않지만 회수율이 85%를 웃도는 ‘양심책수레’이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전기차를 개조해 만든 이동식 책방인 한강열린책방.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경기도 안산의 관산도서관은 전국 최초로 도서관 내에 ‘한옥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경기도 안산의 관산도서관은 전국 최초로 도서관 내에 ‘한옥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송파구민이 기증한 책으로 마련한 송파구청 버스정류장 옆 무인책장.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대학 도서관들도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 이벤트로 학생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영화 상영, 스터디룸 제공은 기본이고 학생열람실도 학생들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 다양하게 꾸미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박관영 성신여대 홍보팀 주임은 “최근 제작한 비행기 좌석 형태의 열람실이 인기”라며 “각 대학 도서관마다 친근한 이미지로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은 이제 책 읽는 공간으로만 머물지 않고 있다. 가족·연인과 때로는 홀로 여유를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도서관이 진화하면 시민의식이 발전하고, 성숙한 시민은 미래를 밝히는 촛불이 된다. 도서관의 진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3-08-19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