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육아휴직 꿈도 못꿔” “출산이 벼슬이냐”고 말할때… 정말 힘들다

“라떼는 육아휴직 꿈도 못꿔” “출산이 벼슬이냐”고 말할때… 정말 힘들다

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입력 2021-07-28 17:06
수정 2021-07-29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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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우울증 리포트’ 취재 뒷이야기

산후우울증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어
출산율 높이기 위해 재원 쏟아붓지만
정작 출산 주체인 엄마들에겐 무관심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족의 공감·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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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산후우울증 리포트’를 취재한 기자들이 서울시청광장을 걸으며 취재 뒷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들은 산후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지원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서울신문 김민석, 장진복, 윤수경, 조희선 기자.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28일 ‘산후우울증 리포트’를 취재한 기자들이 서울시청광장을 걸으며 취재 뒷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들은 산후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지원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서울신문 김민석, 장진복, 윤수경, 조희선 기자.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을 통해 뜨거운 응원과 지지를 받은 서울신문의 ‘산후우울증 리포트’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엄마라면 모두가 겪는 일인데, 기사까지 쓸 일이냐”는 안팎의 편견이었다. 또 ‘산후우울증’이 질병임에도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해 숨어드는 엄마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고민이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산후우울증 리포트를 취재한 김민석, 장진복, 윤수경, 조희선 기자의 취재 뒷이야기를 통해 산후우울증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과 함께 앞으로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를 짚어봤다.

장진복(이하 장) 기획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됐던 부분은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는 엄마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까 하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에선 산후우울증을 개인적인 문제로 여기는 분위기가 크고, 산후우울증을 앓아도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라면 당연히 희생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고정관념이 크다고 생각해서 기획안이 채택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윤수경(이하 윤) 엄마들이 왜 산후우울증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을까 생각해 봤다. 우리 사회가 모성을 신성화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성이라는 게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갑자기,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을 서로 인정했으면 좋겠다. 산모들이 ‘왜 나는 모성이 없을까’라고 자신을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희선(이하 조) 출산은 안 해 봤지만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산후우울증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자연스럽게 우울증이 나아지기도 하지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신과 치료에 대한 개인적·사회적인 편견으로 인해 외부에 드러내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게 되는 경우도 있다. 여성들이 스스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지 제대로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한 것 같다.

김민석(이하 김) 아빠 입장에서 산후우울증 취재를 진행하면서 어렵다기보다 낯선 것들이 많았다. 사실 남자들이 육아에 좀더 신경을 쓴다면 산후우울증을 겪는 엄마들의 상황이 훨씬 개선된다는 점을 배웠다. 이미 제도적으로 남자들의 육아 참여를 지원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장 나도 육아휴직을 가려고 할 때 여자 선배들이 “좋겠다. 부럽다”는 이야기를 한다. 육아휴직을 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러면서 대부분 ‘라떼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옛날이야기를 한다. 들어보면 여자 선배들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남자 선배들은 취재 때문에 자녀의 출산을 못 봤다는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하는 것이 어찌 보면 산후우울증 문제가 이제까지 다뤄지지 않은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윤 출산이 벼슬이냐고 하지만 진짜 어렵고 힘들다. 애를 낳고 나서 6개월 정도 병뚜껑을 못 열 정도로 힘이 없었다. 또 머리카락도 뭉텅뭉텅 빠졌다. 하루아침에 노인이 된 것 같았다. 급작스러운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든 데다 ‘예전 체력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불안이 있었다. 다수의 산모들이 몸이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 마음까지 힘들어지는 것 같다.

장 기획을 진행하면서 어쩜 이렇게 통계가 없을까란 생각을 해봤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부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에는 관심과 재원을 아끼지 않지만 정작 그 출산의 중심에 있는 엄마에 대해선 아무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했다. 엄마가 철저하게 대상화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 출산 이후 지원책 가운데 엄마가 겪게 되는 정신적 질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아이만큼이나 엄마도 중요한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

김 지금 국회에 법안이 몇 년째 잠자고 있다. 이번 기획이 법안 처리에 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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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빠들이 육아에 대한 교육만 좀 받아도 엄마들의 상태가 훨씬 나아진다고 한다. 관련 프로그램도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공감과 지지가 중요한 것 같다.
2021-07-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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