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명 중 1명만 수돗물 음용… 젊고 소득 높을수록 “안 마셔”

한국인 10명 중 1명만 수돗물 음용… 젊고 소득 높을수록 “안 마셔”

입력 2020-01-14 18:26
수정 2020-01-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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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수돗물 대해부] <3>1000명 대상 수돗물 인식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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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1명만이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걸로 나타났다. 과거 조사 때보단 소폭 올랐지만, 우리 국민에게 수돗물은 여전히 ‘씻는 물’이거나 ‘조리할 때 쓰는 물’이었다. 수돗물을 직접 마시면 경제적 부담을 덜고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어 정부는 수돗물 직접 음용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

수돗물을 아예 마시지 않는다고 답한 이들은 10명 중 3명이었다. 이들은 음식을 조리할 때도 수돗물 대신 정수된 물을 사용하거나 식수를 사용했다. 가장 큰 이유로 수돗물에서 이물질이 함께 나오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붉은 수돗물 사태를 아는 응답자는 10명 중 8명이었고, 사태가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이들은 10명 중 6명이었다. 어렵게 쌓아 올렸던 신뢰가 그렇게 단 한 번의 사고로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서울신문과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은 리서치 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12~13일 ‘수돗물 대국민 인식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성·연령·지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해 무선 임의전화걸기(RDD)를 이용한 자동응답방식(ARS) 여론조사를 했다. 표본오차는 ±3.1% 포인트로 95% 신뢰수준을 보였다.

●3년 전 실태조사보다 수돗물 음용 소폭 늘어

‘수돗물을 마시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16.3%가 ‘직접 마신다’고 답했다. 48.3%는 ‘끓이거나 조리해서 마신다’고 답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수돗물을 먹는 비율은 64.6%였다. 이는 수돗물홍보협의회가 2017년 ‘수돗물 먹는 실태 조사’ 때보단 소폭 증가한 수치다. 조사 당시 ‘직접 마신다’는 비율은 7.2%, ‘끓이거나 조리해 먹는다’는 응답은 42.2%였다. 각각 9.1%, 6.1% 포인트 증가했다.

연령은 높아질수록, 소득은 낮을수록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비율은 증가했다. 60세 이상에서 직접 음용 비율은 24.9%로 가장 높았고, 50대 16.8%, 40대 12.3%, 30대 13.1%, 20대 10.1% 순이었다. 젊은 세대일수록 물을 사먹는 등 대체재에 익숙해 수돗물 직접 마시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소득별로는 월 소득 200만원 이하가 27.1%로 가장 높았고, 200만~300만원 이하 16.9%, 300만~400만원 이하 12.1%, 500만원 이상 11.4%, 400만~500만원 이하가 9.9%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21.3%로 여성(11.4%)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수돗물을 어떤 형태로든 먹는 이들(646명) 가운데, ‘보리차·옥수수차 등으로 끓여 먹는다’고 응답한 이들이 48.0%로 가장 많았다. 음식물 조리 시 사용한다가 20.8%였고, 그대로 먹거나 냉장 보관해 먹는다 14.9%, 커피·녹차 등을 먹을 때 사용한다가 9.4% 순이었다. 수돗물을 먹는 이유로 안전하다고 생각해서가 30.1%로 가장 많았고, 편리해서 27.4%, 습관적으로 17.7%, 경제적이어서가 11.1%로 뒤를 이었다. 맛이 좋다고 답한 이들은 0.9%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직접 음용률 평균은 51% 수준이다. 네덜란드가 87%, 스웨덴 86%, 스위스 62%, 칠레 60%, 호주 54%, 캐나다 46%, 일본 46% 수준으로 당시 같은 방식으로 우리나라 음용률을 측정했는데, 5.3%로 턱없이 낮았다.

●녹물 눈으로 봤는데 어떻게 마시나

수돗물을 전혀 마시지 않는 이들(354명) 가운데 25.2%는 ‘물탱크 및 수도관 노후로 인한 이물질’을 이유로 마시지 않았다. 가정에서 직접 경험하는 녹물이 수돗물을 먹지 않는 데 결정적 영향을 주고 있었다.

수돗물 전문가들은 녹물의 주요 성분인 철 등은 먹어도 인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아 별문제로 인식하지 않지만, 수돗물 음용에 결정적 영향을 준 셈이다. 또 수돗물을 먹지 않는 이유로 막연히 불안해서(21.8%), 정수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어서(14.7%), 상수원이 깨끗하지 않을 것 같아서(14.6%), 소독약 냄새가 나고 맛이 없어서(12.5%)가 뒤를 이었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수돗물 신뢰도 하락에 영향을 줬다. 응답자 77.8%는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를 알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66.3%가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에 악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응답자 2명 중 1명(516명)이 이번 사태로 수돗물 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받은 셈이다. 또 이 가운데 55.9%(435명)는 실제 수돗물 사용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녹물 발생은 새로울 게 없는 흔한 일이지만, 붉은 수돗물 사태로까지 비화한 데에는 과거와는 다른 위기가 닥쳤다는 의미”라면서 “이번 사태로 수돗물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이에 따른 불편과 피해가 얼마나 심각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각성이 사안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수질·맛 보장되면 요금인상 찬성’ 43%

수돗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건으로 노후 상수도 갱생 및 교체(38.8%)가 가장 많이 꼽혔다. 특히 붉은 수돗물 사태를 겪은 경기·인천지역이 41.8%로 가장 높았고, 광주·전라 41.0%, 서울 38.3%, 부산·울산·경남 37.1%, 대전·세종·충청 36.3% 대구·경북 35.6%, 강원·제주 33.3% 순이었다. 아울러 수돗물 신뢰도 향상을 위한 조치로 정수 시스템 엄격 관리 27.8%, 취수원 수질 정상화 15.5%, 동네별 수돗물 수질 공개 5.3%, 수돗물 수질기준 강화 4.5%, 상수도 사업자를 중앙정부로 교체가 2.9% 순이었다.

수돗물 수질과 맛이 확실히 보장된다면, 허용할 수 있는 수돗물 가격 인상 폭도 물었다. 수돗물 사업자는 지방자치단체로 지방재정 상황에 따라 수돗물 요금이 수돗물 원가를 해결할 수 없는 소규모 지자체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돗물 품질 향상을 위한 노후관 교체나 정수 시스템 개선 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응답자 43.1%는 10% 이하(4인 가족 2700원 수준) 인상까지 동의했고, 20% 이하(5400원) 12.8%, 개선된다면 금액 상관없음 5.4%, 30% 이하(8100원) 2.4%였다. 이에 반해 수질과 맛 상관없이 수돗물 요금 인상 불가는 30.0%였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공공의 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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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창은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타임리서치·한국사회여론연구소·한국여론연구소·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세종리서치·현대성연구소·PDI·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5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기관이 모인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2016년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할 수 있는 조사, 정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는 조사를 해야 한다’는 기치 아래 공익성 높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20-01-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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